사진속일상

준경묘 소나무숲에 들다

샌. 2008. 6. 5. 15:06



삼척시 미로면 활기리에 있는 준경묘(濬慶墓)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6대조인이양무(李陽茂) 장군의 무덤이다. 이양무는 원래 전주에 살고 있었는데 아들인 목조(穆祖) 이안사(李安社)가기생과의 관계로 그 지방 관리와 다툼이 일어나는 바람에가족이 전부 삼척으로 도망을 왔다고 한다. 그 뒤 이양무가 죽자 목조는 한 도승이 시키는 대로 이곳에 선친을 안장했는데 천하제일의 명당터답게 5대 뒤에 태조 이성계가 태어나 조선왕조를 건국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다른 무엇보다 준경묘는 우리나라 최고의 소나무숲으로 유명하다. 이곳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최상급에 속하는 소나무가 10여 만 그루 자라고 있다.이소나무들을 만나러 길을 떠났다.

 

준경묘는 산 입구에 차를 세우고 약 2 km 정도 걸어 들어가야 한다. 처음에는 시멘트로 포장된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그러나 고갯마루에 오르면 평탄한 흙길이 나오는데 양쪽으로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울창하다. 마침 찾아간 날은 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산안개가 끼어있어 신비감이 더했다.

 



나무는곧고 미끈한 몸매를 뽐내고 있었다. 사람으로 치면 전부 일등 미인들이라 할 수 있다. 줄기의 색깔은 적갈색이다. 이런 소나무는 적송(赤松), 미인송(美人松), 금강송(金剛松), 황장목(黃腸木) 등으로 불린다. 이곳에는 지름이 60 cm 이상 되는 큰 나무만 1000여 그루가 있다고 한다. 수령은 대개 100 - 200 년 정도이다. 이렇게 숲이 잘 보존된 것은 왕가의 무덤 인근에 있다는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리라.

 



차 한 대가 다닐 정도의 산길은 걷기에 아주 좋았다. 산소를 보러 산길 2 km를 걸을 사람이 별로 없으니 길은 호젓하고 고요했다. 주위의 소나무를 감상하며 걷자면 왕복 1시간 30분 정도는 잡아야 한다.

 



지난 번 소실된 남대문을 복원하는데 이곳 준경묘의 소나무를 쓰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궁궐 목재롤 쓸 수 있는 지름 80 cm 이상 되는 소나무가 20 그루 정도 있기 때문이다.

 



 

이 소나무숲은 2005년에 '생명의 숲 가꾸기 운동본부'에서 주는 '아름다운 숲' 대상을 받았다. 숲은 깊고 아늑하고 아름다웠다.

 





숲길에서는 꿀풀을 비롯한 몇 가지 풀꽃들도 만났다. 깊은 산중이어선지 꽃은 선명하고 싱싱했다. 그리고 길 옆에 핀 이름 모르는 버섯도 신기했다. 마치 투구를 씌어놓은 것 같았다.

 

준경묘에서 약 4km 떨어진 곳에는목조의 모친 무덤인 영경묘(永慶墓)가 있다. 그러나 시간에 쫓겨 그곳의 소나무는 만나보지를 못했다. 다음에는 여유있는 일정을 잡아 두 곳을 함께 찾아보고 싶다. 호젓한 산길을 걷는다는 것, 그것도 멋진 나무들과 친구하며 걷는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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