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동 서달산 기슭 주택가에 미륵암이 있다. 입구는 일반 주택과 잘 구별이 되지 않아 가까이 가기 전에는 그곳이 절인지를 알 수가 없다. 당연히 산에 있는 암자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고려 시대 때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자세한 연혁에 대해서는 안내문이 없어서 알 수가 없다.
미륵암 마당 한 쪽에 1981년에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수령은 약 220 년 정도로 그렇게 오래된 나무는 아니다. 줄기 둘레 역시 2.7 m로 지금 한창 왕성하게 성장하고 있을나무다. 그런데 아쉽게도 도시의 나무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생육조건이 아주 나쁘다. 암자의 부속건물이 나무 바로 옆에 세워져 있어 줄기에는 상채기도 많이 나있고보기에도 숨이 막힐 듯 답답하다. 그런 탓인지 영양제를 맞고 있는 모습이 안스럽다. 이 나무도 처음에는 벌판의 한가운데 당당하게 서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도시가 팽창하다보니 바람과 물이 지나가는자리 다 뺏기고 이렇게 인공물들에 포위된 신세가 되었다. 병 주고 약 주는 인간들을 지켜보며 저 나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