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나의 가난함 / 천상병

샌. 2008. 2. 10. 19:06

나는 볼품없이 가난하지만

인간의 삶에는 부족하지 않다

내 형제들 셋은 부산에서 잘 살지만

형제들 신세는 딱 질색이다

 

각 문학사에서 날 돌봐주고

몇몇 문인들이 날 도와주고

그러니 나는 불편함을 모른다

다만 하늘에 감사할 뿐이다

 

이렇게 가난해도

나는 가장 행복을 맛본다

돈과 행복은 상관없다

부자는 바늘귀를 통과해야 한다

 

- 나의 가난함 / 천상병

 

올 설날도 가장 자주 들었던 덕담이 "돈 많이 벌어라" "부자 되어라"는 것이었다.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과 같이 어렵다고 했는데, 사람들은 서로 하늘나라에 가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도 좋아하니 참 묘한 일이다.

 

하루치의 막걸리와 담배만 있다면 행복하다고 말했던 시인 천상병,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높이 중에서 가난을 즐길 줄 아는 것은 고수의 경지다. 순진무구한 무욕의 삶, 그래서 어느 누구보다도 정신적 풍요를 누렸던 시인이 더욱 그리워지는 시대다. 그러나 우리 모두도 한때는 사탕 한 알, 썰매 하나만 있으면 행복했었던 시절이 있었다. 이놈의 욕심이란 게무엇인지, 아무리 채워넣어도 나는 자꾸만 배 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