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은둔을 꿈꾸다

샌. 2007. 11. 29. 13:34

정직하게 살고 싶다. 이것이 나로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다. 정직하다는 것은 우선 나 자신에게 진실된 삶을 사는 것이다. 그것은 내면의 목소리와 조화를 이루는 삶을 뜻한다. 복잡한 도시 생활은 내면의 목소리와 실제 삶이 늘 엇박자로 논다. 나로서는 위선과 거짓 없는 도시 생활은 상상할 수 없다. 바삐 움직이고 많은 일을 하지만 늘 허전한 것은 우리가 하는 일, 즉 삶의 질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내가 도시를 떠나 산골에 들고 싶은 것은 도시에서는 삶의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데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는 탓이다. 정직한 삶을 사는데 가장 적당한 직업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때 나는 그것이 농사짓기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농부야말로 가장 위대하고 아름답게 보인다는 어느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본래 의미의 농심(農心)을지킬 수 있다면 농업이야말로 가장 진실되고 정직한 직업이라는 데에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작은 텃밭이라도 땅과 생명을 어머니로 모시며 살 수 있다면 그는 노동의 양에 관계없이 진정한 의미에서 농부라 부를 수 있다.

퇴직을 하게 되면 깊은 산골짜기의 작은 오두막을 빌려 은둔생활을 하고 싶다. 복잡한 인간의 일은 모두 놓아두고 자연 속에서 자연의 친구들과 교류하며 살고 싶다. 그들 속에서 살며 도시 생활 40년의 찌든 때를 벗겨내고 싶다. 그때는 또한 농민의 흉내를 내 보겠다. 자신의 기본 먹을거리는 자신의 땀으로 생산해 내는 게 삶의 기본이라고 나는 믿는다. 오두막을 둘러싼 숲과 주변의 텃밭이 내 생활 공간이 될 것이다. 한 달 생활비는 30만원을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문명과 인간과의 교유는 잠시 끊겠다. 이제 내 소유의 거처는 욕심내지 않을 것이다.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가벼운 마음으로 별로 바랄 것도 없이 무심(無心)으로 살고 싶다.

그러나 도시나 시골이나 본질적으로는 같은 삶의 터이고, 수도 공간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도시가, 어떤 사람에게는 시골이 더 잘 어울릴 뿐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남들과 부대끼고 어울리는 도시의 삶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로서는 아무래도 도시와 벗하기가 어렵다. 나는 자꾸 은둔을 꿈꾼다. 그때는 사람의 그림자를 찾아볼 수 없는 나만의 터에서 나는 하루 종일 하늘이 그리는 그림을 구경만 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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