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애꾸들 세상

샌. 2007. 11. 21. 10:16

한 눈만 가진 애꾸들의 세상이 있었다. 어느날 두 눈을 가진 사람이 들어왔다. 애꾸들은 이 사람을 자기들과 다르다고 병신이라고 놀렸다. 이 사람은 처음에는 개의치 않았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외톨이가 되는 것을 견디기도 어려웠다. 결국 정상이었던 이 사람은 송곳으로 한 쪽 눈을 찔러 애꾸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애꾸들 세상에서는 다수에 속하지 않으면 소외된다. 오직 다수가 진리이고 세상의 흐름에 따르는 것이 바른 길이다. 소수의 목소리나 삶의 태도는 용인되지 않는다. 마치 바이러스를 보듯 세상은 경계심을 품는다.

애꾸들 세상에서 소수를 배격하는 가장 좋은 수단은 왕따를 시키고 두려움을 심어주는 것이다.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반체제 성향의소수를 만들지 않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많은 소수들이 그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한 쪽 눈을 찔러 애꾸가 되어간다.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정상, 비정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애꾸들 세상은 착하고 순결한 사람들이 주눅 들지 않고 떳떳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애꾸들 세상은 자기들과 다른 것을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자기들과 같은 애꾸가 될 때까지 집요하게 압력을 가한다. 그래서 두 눈 가진 많은 사람들이 자기 손으로 애꾸의 길을 간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애꾸의 찬양자가 된다.

애꾸들 세상에서 두 눈을 가지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은 힘들다. 그 길의 종착지는 순교가 될지도 모른다. 예수님도 그런 분이 아니셨을까? 비록 애꾸들 세상에서 애꾸들 방식으로 살아가지만, 두 눈 가진 사람을 손가락질 하지 않는 분별력만이라도 있기를 나는 스스로에게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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