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다시 잠들기 어렵다

샌. 2007. 11. 12. 09:28

한밤중에 잠에서 깬다. 싸늘하고 섬찟하다. 마치 누가 심장에다 얼음조각 하나 집어넣은 것 같다. 몰려온 찬 기운에 생명의 온기가 달아난다.꿈 탓일까? 남에게 한 못된 짓이 바위덩이처럼 커 보인다. 바위는 굴러내리며 또 다른 바위를 건드리고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내 삶은 온통 후회되는 짓 투성이다. 최후의 심판대에 선 것처럼 왜 이리 잘못한 일만 떠오르는가. 생이 허전하고 쓸쓸하다. 가슴으로 시베리아 찬바람이 지나간다. 가을 탓인가? 잠꾸러기인 나에게 이런 한밤중의 각성은 예전에 없던 일이다.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지만 쉽게 잠들지 못한다. 생각은 자꾸만 자책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내 삶은 바람에 날리는 지푸라기처럼 가볍고 허망하다. 속에서 쓴물이 나온다. 환하게 웃는 웃음, 밝은 표정들은 모두가 가식이었다. 허무를 이겨보려는 가엾은 몸부림이었다. 생의 또 다른 실상이 모습을 드러낼 때 나는 감당할 수 없다. 두렵고 무섭다. 다시 잠들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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