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며칠 자꾸 생각나서 심란해지는 사건이 있다. 고3 학생이 어머니를 살해하고 8개월이나 방에 방치해둔 채 함께 지냈다. 그러면서 멀쩡하게 학교에 다니고 수능 시험도 봤다. 이해되기도 용서하기도 어려운 패륜 범죄다. 그러나 뒷사연을 들어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어머니를 살해하기 전날에는 성적이 떨어졌다고 골프채로 12시간 동안 맞았다고 한다. 어머니도 아들도 정상이 아닌 가정이었다. 종기가 곪아 터지듯 결국은 비극적 파국으로 끝났다.
별거 중이었던 이 학생의 아버지 말에 따르면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아이를 때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애가 7살 때 씻겨주려고 종아리를 걷었는데 매 자국이 보여 놀라 옷을 벗기니 엉덩이가 시퍼렜다."라며 "애 엄마가 매로 다스려야 한다며 홍두깨로도 때리고, 물건을 던져 애 머리에 피가 철철 흘렀던 적도 있다."라고 회상했다. 또 아이가 엄마 마음에 들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초등학교 3학년 방학 때 애가 한자리에서 16시간 동안 공부를 하고 밥도 책상에서 먹었어요. 경시대회에서금상도 타고, 초등학교 6학년 때 토익을 봤는데 900점이 넘었죠."
아버지는 아들이 엄마를 살해하던 상황도 아들로부터 전해 듣고 기자에게 밝혔다. 엄마는 아들의 공격을 받으면서 "아들아, 이러면 너 정상적으로 못 살아."라고 하자, 아들은 울면서 "엄마는 몰라, 엄마는 내일이면 나를 죽일 거야."라며 공격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사건 다음 날이 '학부모 방문의 날'로 어머니가 학교에 오면, 전국 4천 등인 모의고사 성적표를 전국 62등으로 위조한 게 들통이 나 어머니에게 무서운 체벌을 받게 될까 봐 겁이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학생을 면회하고 나온 학교 교사는 제일 먼저 부모와 아이를 극단으로 몰고 가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비판했다. 그리고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질렀지만, 아무도 아이가 겪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알려고 하지 않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아이를 변호하려는 게 아니다. 어머니나 아들이나 모두가 가해자면서 피해자고 반인간적인 체제의 희생자들이다. 이런 상상도 못할 패륜적 범죄가 자주 발생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병들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돈과 자식을 빼고 우리가 진실로 관심이 있는 게 무엇이던가.
죽은 어머니는 말이 없다. 그분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또, 감옥에 갇힌 아들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어머니를 칼로 찌르고, 문을 본드로 밀폐시키고, 8개월을 도대체 어떻게 지냈을까? 아이가 느꼈을 공포는 얼마만 한 크기였을까? 사건이 드러난 뒤 아이는 지옥에서 벗어난 듯 후련해 보였다고 한다. 이는 드러난 한 사례일 뿐 그놈의 공부 때문에 망가져 가는 가정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부모의 기대를 채우지 못해서, 성적에 대한 과도한 압박으로, 수많은 청소년이 방황하고 제정신을 잃어가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모성도 집착이 되면 광기가 된다. 한국의 학부모들은 일류 대학병으로 집단적 노이로제에 걸려 있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아동학대로 비난받을 짓을 경쟁적으로 한다.그러나 부모의 스트레스는 자식들에게 전이되어 아이들을 병들게 하고 폭력적으로 만든다. 지금의 교실 붕괴가 어디 학교만의 문제인가. 가정과 연결되어 있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건강한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런 패륜적 범죄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사람을 살리는 것보다 더 소중한 일이 무엇이 있는가. 이 시대의 광기를 잠재울 묘책은 없는가. 너무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