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청원

샌. 2011. 11. 23. 08:09


천재 마술사로 인기를 누리던 이튼은 14년 전의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어 방에서 간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감옥 같은 생활을 한다. 그러나 라디오 DJ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유머를 잃지 않는다. 하지만 치료될 가망도 없이 계속되는 고통에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영원한 행복을 찾기 위해 법원에 안락사를 청원한다. 영화는 어디까지 안락사를 허용할 것인가, 라는 진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어떻게 죽느냐는 것이 어떻게 사느냐와 결부되어 있음을 영화는 일깨워준다.

 

영화 전편을 통해 흐르는 음악이 무척 감미로웠다. 특히 'What A Wonderful World'는 지금껏 내가 들었던 중 가장 아름다우면서 슬펐다. 어머니를 땅에 묻으며 이튼이 부르는 이 노래는 정말 가슴 뭉클했다. 가장 슬픈 순간에 부르는 'What A Wonderful World'는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노래의 의미가 화면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잘 맞았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비극적인 이야기가 주조를 이루지만 이튼의 유머와 웃음이 마냥 슬픔으로 빠지는 걸 막아준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이튼이 친구들과 영원히 이별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법원에서 안락사 청원이 기각되었지만 이튼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친구들을 초대하고 노래하며 이별 의식을 치른다. 그리고 친구 하나하나에게 감사의 인사말을 남기고 노래를 부르며 돌아오지 못할 여행을 떠난다. 죽음을 맞는 멋진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인간에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권리가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고통과 두려움, 그리고 슬픔뿐인 임종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행복하게 살 권리만이 아니라 행복하게 죽을 권리도 있는 게 당연하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내가 불치의 병에 걸리고 치료될 수 있는 가망이 없다면, 그리고 삶이 고통의 연속이라면, 내가 할 선택도 이튼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주위에서 당사자의 뜻을 진실로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단지 영화가 신파조로 흐르는 건 아쉬웠다.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서 유치해 보일 정도의 억지 설정이가끔 나온다. 이런 것이 영화에 몰입되는 걸방해한다. 그리고 전신마비가 된 이튼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대한 묘사도 부족했다. 소피아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데도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사랑과 인생, 죽음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고 감동을 준다. 음악도 좋았고 중간마다 삽입된 마술 신도 신비한 분위기를 돋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보여준 인도 영화의 수준을 재확인할 수 있다. 주인공 이튼 역은 리틱 로산(Hrithik Roshan), 매력적인 댄스로 시선을 사로잡은 소피아 역은 아이쉬와라 라이(Aishwarya Rai)가 맡았다.

 

"지금 살아있음을 즐기세요!" "빨리 용서하고, 진실로 사랑하고, 즐거웠다면 후회하지 마세요!" '청원'이 전하는 행복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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