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처제의 집들이

샌. 2006. 12. 3. 08:16

처제가 결혼 10년이 넘어 32평 아파트를 장만했다. 어제 저녁에는 장모님을 비롯하여 처가쪽 여러 가족이 모여서 집들이를 하며 같이 축하했다.

한국 사회에서 내가 살 보금자리를 가진다는 것은 단순히 집 한 채를 갖는다는 의미 이상이 있다. 결혼해서 힘든 전세살이를 전전할 때 대부분 가정의 목표는 내집 마련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집을 가지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은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해 보인다. 더구나 그것이 본인들이 마련한 첫집이라면 그 기쁨은 더할 것이다. 그래선지 처제 부부의 표정은 유난히 밝아 보였다.

묘하게도 같이 모인 처가쪽 네 가족은 아직 모두들 집을 소유하고 있지 못하다. 사업을 하는 처남은 나이가 50이 다 되어가지만 지금까지 계속 남의 집살이를 하고 있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처남댁도 아직껏 내집을 구하지 못했다. 아마 이렇게 서울의 아파트 값이 폭등할 줄 알았더라면 무리를 해서라도 진작에 구했을지 모른다. 설마 설마 하다가 이젠 돈을 모아서 집 사기는 포기해야 할 지경에 다들 이르렀다.

나도 집을 사야할 때가 온다면 연립이나 작은 단독주택을 알아보려고 한다. 이런 것이 그나마 값 변동이 적고 아파트에 비해서는 아직 가격에서 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리해서라도 아파트를 사라고 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나중에 가서 돈이 된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 자신도 그런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에는 왠지 저항감이 인다. 모두들 세상이 미쳤다고 하면서 자신들도 그 행렬에 끼지 못해 안달인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인 조카 아이의 방 한 쪽 면이 전부 세계지도로 장식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얼마 전 강연에서 한비야가 자녀들에게는 어릴 때부터 세계지도나 지구본에 익숙하도록 해주라고 한 말이 떠올랐다. 본인이 그런 분위기에서 자랐기 때문에 지구적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편협한 한반도적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도록 어릴 때부터 가르쳐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머지천장과 벽 3면은 온통 야광 별자리로 된벽지가 발라져 있다. 불을 끄니 마치 강원도 산골에 들어간 듯 수많은 별들이 반짝인다. 아이는 매일 밤 별꿈을꾸며 자랄것 같다. 그러나 나중에 나이가 들면 대부분의 어른들 마음 속에는 동화가 사라지고 별들은 황금덩어리로 바뀐다. 사람들은 애써 발돋음해 딴 것이 결국은 한 덩어리 돌멩이였음을 늦게서야 쓸쓸히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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