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고향에서 김장을 담그다

샌. 2006. 11. 27. 13:11


지난 주말에는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에서 형제가 모여 김장을 했다.

배추랑 모든 재료가 어머니가 직접 기르신 것이라 도시에서 재료를 구입해서 하는 것과는 의미가 달랐다. 돈이나 편리함으로 치면 도시에서 직접 담그는 편이 손쉬울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행사를 통해 따로 떨어져 살던 형제가 얼굴을 맞대고 먹을거리를 장만하며 한 가족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올해도 형제들이 다 모이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올해는 나도 손을 거들어 직접 배추속을 넣으며 한 몫을 했다. 고무장갑을 끼고 김장 담그는 일을 해 본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이번에는 세 집에서 먹을 양으로 배추 150 포기 정도를 담근 것 같다.그러나 배추를 절이고 씻는 작업은 어머니와 이모가 다 해놓으셔서 우리가 한 일은 사실 별로 없었다. 김장 담근답시고 내려와서 잠깐 일손을 보탠 것밖에는 없다. 그래도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들이 내려와 준 것이 반갑기만 한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야 농사 짓는 재미도 없을 것이다.

고향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연로해져만 가는 어머님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 여간 마음 아픈 게 아니다. 늙어가면서 사람들은 서러움을 느낀다. 옛날 노인들에게는 유일하게 의지할 것이 자식들인데요사이 외지에 있는자식들이 어디 부모 마음 허전함의 백분의 일이라도 채워줄 수 있으랴. 그래도 고향의 어머니는 그 마음 숨기며 자식을 감싼다. 그런 모습들이 나를 슬프게 한다. 효도를 하려고 하지만 그것 또한 내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자식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책감으로 늘 마음이 아프다.

만약 어머니가 계시지 않으면 이렇게 형제가 모이는 일도 드물어질 것이다. 아직은 그래도 어머니를 구심점으로 해서 명절이나 집안 행사에는 싫든 좋든 모이게 된다. 아버님 대에 5형제였는데 형제간에 우애가 있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늘 무엇인가로 다툼이 있었던좋지 않았던기억이 남아 있다. 한 대가 내려와 우리 대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릴 때 형제라는 말이 있듯, 다 커서 머리가 굵어지고 나서는 서로 양보하고 이해해 주는 마음이 형제간일 수록 더욱 어려운 것 같다. 작은 오해에도 쉽게 관계가 소원해져 버린다.

이번에도 마음이 답답한 채 고향을 떠나왔다.

차에는 펑크가 날 정도로 어머님이 기르신 작물들을 바리바리 싣고 왔지만 마음 한 쪽이 이렇게 텅 빈 듯 허전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점점 노쇠해져가는 어머님의 모습과 그런 어머님을 편안히 모셔드리지 못하는 자식으로서의 안타까움이 겹쳐져 더욱 그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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