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저무는 가을

샌. 2006. 11. 23. 11:40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 바뀜은원래 스산하고 쓸쓸하지만 올 가을은 유달리 그런 느낌이 더하다. 지난 밤부터 바람이 세게 불었는지 아침 출근길의 거리는 노란 낙엽들이 이리저리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나무들은 옷을 내려놓고 거리낌없이 자신의 알몸을 드러내고 있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먹구름이 올 가을을 우울하게 한다. 가을의 낭만을 논하는 것은 차라리 사치스러운 일이다. 이 땅에서 진보나 좌파가 설 자리는 자꾸 좁아지고 있다. '먹고사니즘'에 어떤 논리도 통하지 않는다. 또 다시 밀려오는 좌절과 회의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힘을 잃고 있다. 4년 전 노 정권이 시작될 때의 희망에 비한다면 현 상황은 너무나 암담하다. 한미 FTA 협상이 스케쥴대로 진행된다면 이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은 또 한 번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거대 기업과 자본이 던져주는 떡부스러기로 연명하게 생겼다. 특히 쌀로 대표되는 농업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 같다. 앞으로 농촌이 어떻게 피폐화되는 지를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세계화라는 것이미국화에 다름 아닌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미국 시장에 편입되면서 더욱 자본에 예속될 것이고, 경쟁과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사람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따스한 세상과는점점 멀어지는 것이 마음 아프다. 북한 핵실험으로 남북관계도 경직되고, 한반도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민족의 생존이 걸린 문제인데 강대국의 눈치만 살펴야 한다. 우리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남과 북 어느 쪽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나라 안에서는 근년에 벌어지고 있는 광란의 소동이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가진 자들의 탐욕과 못 가진 자들의 조바심이 겹쳐 천박한 자본주의의 모범을 보여준다. 이것은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 형국에 다름 아니다. 너나 없이 사람들의 이기심은 끝이 없다. 대통령을 욕하면 면피가 된다는 듯이 모든 것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지만 정작 자신을 돌아볼 줄은 모른다. 자유경제라는 이름하에 인간 욕망을 부추기는 자본주의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어제는 시청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에 나가 보았다. 메아리 없는 공허한 외침들이 공중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각 집단의 목소리만 클 뿐 공생의 메시지는 어디서도 들어볼 수 없다. 구성원들이 내 것 챙기기에만 몰두하는 사회의 미래는 뻔하다.

개인적으로는 터와의 결별을 준비 중이다. 심혈을 기울였던 1차 시도는 결과만 본다면 실패로 끝났다. 몇 달이 지났건만 철수마저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나로서는 어디에고 마음을 붙일 수 없는 잔인한 계절이다.



거리를 지나다가 어느 학교의 운동장에 들어가 보았다.

고풍스런 건물 앞에 빨간 감들이 선명하다. 예전에는 까치밥이라면서 저렇게 남겨 두었다. 산과 들에함께 살아가는 뭇 생명들까지 배려하는 선조들의 마음이 귀하게 생각되는 이 가을이다. 사람들은 배가 불러지면 옛날의 고생했던 시절은 다 잊어버리는가 보다. 가난했지만 함께 오순도순 살아갔던 그때의 따스했던 정과 마음을 잊어버리면 안 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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