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쓸쓸하고 허전한

샌. 2006. 9. 18. 10:01

가을이 쓸쓸하다지만 터의 가을은 더욱 쓸쓸하고 허전하다. 일을 해도 신명이 나지 않는 것은 이미 마음이 떠났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의 가을이야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느낌이 이렇게 달라지는 것은내 마음이 변한 탓이리라. 마치 영혼이 떠난 육체처럼 터는 낯설게 누워있다. 이곳에 들어온지 7년 째, 내 인생에서 새로운 길을 걸어가며 세상이 주는 온갖 희노애락을 다 맛보았다. 지난 40여 년의 삶을 하나로 농축시키더라도 이 7년 간의 농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잃은 것도 많았고 배운 것도 많았다.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우물 안 개구리가 세상에 한 발을 내디딘 순간 화들짝 알아 버렸다. 놀란 개구리는 흠찟 놀라 다시 발을 들여 놓는다. 잠시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그리고 내공이 더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며칠 사이에 생활의 변화를 암시하는 꿈들을 연속으로 꾸고 있다. 사무실을 옮기고 자리를 정리한다. 밝은 벽 쪽으로 난 새 자리가 마음에 든다.옆 자리에는 다른 동료가 앉아 있다. 환풍기를 설치하는 문제로 동료와 얘기를 나눈다.

 

고향이 무대인데 우리 집의 소를 누군가가 훔쳐가려고 한다. 소를 산 넘어 다른 집으로 숨긴다. 그래도 그 사람은 악착같이 따라와 소를 끌어내려고 한다. 카우보이 마냥 줄을 던져 소를 잡아가려 한다. 온 몸으로 싸워서 소를 지켜낸다.

 

옆집에 사는 사람이 집을 보러 왔다. 그 사람은 늘 노트북을 열어 놓고 무엇인가를 한다. 만족하는지 어떤지 의사 표현을 쉽게 하지않는다.

 

차가운 바람이 내 가슴을 훑고 지나간다. 수많은 옛 기억들이 아프게 스친다. 과거에 연연하는 것은 많이 지쳐있다는 뜻이리라.태풍 산산의 북상으로 비가 흩뿌리고 바람도 세다.세상도 미워지고 사람도 미워진다. 그러다가 결국 나 자신으로 돌아온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샀던 트로트 테이프의 볼륨을 한껏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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