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다시 그리는 나의 꿈

샌. 2006. 8. 19. 09:45

외딴 산기슭 조용한 곳에 백여 평 정도 되는 땅을 얻고 싶습니다. 경치는 중요하지 않지만, 반드시 양지바르고 배수가 잘 되는 땅이어야 합니다. 사람 사는 동네에서는 적당히 떨어져 있는 것이 좋겠습니다. 호기를 부리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지만 많은 비용을 들여서야 내 성격으로는 감당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주위에는 여러 가지 과일나무와 꽃나무들을 심겠습니다. 마당에는 황토를 깔고 한 귀퉁이에는 조그마한 텃밭을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다섯 평 남짓 되는 흙집을 내 손으로 직접 지어보겠습니다. 이번에 짓는 집은 친환경적인 소재만 사용할 것입니다. 말 그대로 생태적인 삶을 실천하며 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측간 역시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 것입니다. 사람에서 나온 것이 땅으로 들어가고 다시 사람 몸으로 돌아오는 순환 고리에 직접 참여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내 몸 하나만 생각하면 되니 부담이 없습니다. 전에는 온 식구를 다 고려해서 터를 잡고 집을 지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내 생각과는 다른 엉터리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그동안 환경이 많이 바뀌고 아내는 전적인 시골 생활에 손을 들었습니다. 상황이 단순해 진 것입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나를 닮은 아이를 하나 낳고 싶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살든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과의 관계임을 압니다. 사람 때문에 실망하고, 사람 때문에 위로 받고, 사람 때문에 싸우고, 사람 때문에 사랑합니다. 이번에는 이웃과 너무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터의 위치만큼 그만큼 떨어져 있겠습니다.

 

그리고 거창하게 주의나 이념을 내세우지 않겠습니다. 너무 무거워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가난이라는 말은 더 이상 건방지게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가난이란 물질적 정신적 빈곤 상태가 아니라,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라는 친구의 말을 유념하겠습니다.


거기가 나의 정착지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나는 터를 소유하지 않고 유목민처럼 자유롭게 옮겨 다니고 싶습니다. 물질이든 장소든 그 무엇에도 메이고 싶지 않습니다. 세상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살 것입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의 돈은 필요할 것이고, 기본 생활에 드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살도록 하겠습니다. 비록 함께 어울리는 데는 서투르지만 혼자만이라도 꿋꿋이 설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것은 곧 먹물의 때를 벗겨내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꿈을 꾸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그 과정이 시행착오의 연속일지라도 꿈을 좇아 사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나는 누구의 삶도 아닌, 내 식대로의 삶을 꿈꾸며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가는 법임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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