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혼자 있는 즐거움

샌. 2006. 8. 10. 13:35

이곳에 내려와 혼자 생활한지 일주일째입니다. 혼자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우선 불편하지 않느냐고 걱정합니다. 밥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일상이 남자가 하기에 귀찮고 힘들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습니다. 내 한 몸 살아가기 위해서 움직이는 것은 사실 그다지 힘들지도 귀찮지도 않습니다. 집에서 주부가 하는 일과는 비교가 될 수가 없지요. 그것도 어쩌다가 하는 일이니까요. 사람들이 걱정해 주는 말에 그냥 괜찮다고 답해주지만 사실 내 마음은 얼마나 좋고 흡족한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좋은 마음을 드러내놓고 자랑할 수는 없지요.


내가 여기서 즐거운 이유는 일상적인 삶에서 해방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는 누구의 간섭도 없이 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습니다. 출근시간을 알리는 벨소리도 없고,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도 없습니다. 도시의 짜증나는 소음도 없고, 화난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아도 됩니다. 내일 일을 걱정할 필요 없이 그저 지금 이 시간을 즐기고 누리면 됩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소중한 것은 껍데기 나가 아니라 속나와 대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자연의 모습을 새롭게 바라보게도 됩니다. 어떤 사람은 혼자 있는 것이 무료하다고 하지만 나는 그 반대입니다.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피곤하고, 혼자 있으면 생기가 납니다. 특히 다른 사람으로부터 내 생활을 간섭받는 것을 제일 싫어합니다. 얼마 전에도 그런 일 때문에 동료와 언짢은 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러더군요. “성격 참 이상한 사람이네.”


이런 성향은 아마 어릴 때부터 길러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타고난 성격도 있을 것이지만 어릴 때부터 독립적으로 살아온 영향도 클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집을 떠나 혼자 살았으니까요. 외할머니가 함께 계셨지만 부모형제의 역할까지 해 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무엇을 살지 말지 하는 작은 일에서부터 학업에 관계되는 선택 등 모든 것을 혼자서 결정해야 했습니다. 상의하고 도와줄 사람이 옆에는 없었습니다. 그런 습관이 굳어져서인지 다른 사람의 간섭을 아주 싫어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혼자 있을 때가 제일 편합니다. 누가 찾아오는 것도 싫습니다. 이웃집은 늘 찾아오는 손님들로 북적입니다. 반면에 여기는 절간이지요. 직장 동료뿐만 아니라 가까운 친척도 못 오게 해서 오해를 사기도 했습니다. 아는 사람은 성격이 괴팍해서 그렇다고 이젠 포기를 합니다.


은퇴 후의 생활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는 제일 먼저 실천에 옮겼습니다. 오십에 들면서 서울을 정리하고 이곳에 터를 잡았으니까요. 많은 경제적 손실이 있었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은퇴 후를 걱정하지만 주로 돈에 신경을 씁니다. 편안한 노후를 보내자면 얼마 이상은 있어야 한다는 식이지요. 그러나 내 생각은 다릅니다. 돈이 아니라 어떤 생활을 하며 보람을 찾을지를 발견해야 합니다. 그것은 돈이 있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또 하루아침에 찾아지지도 않습니다. 나는 은퇴 후 생활에 대한 밑그림은 거의 완성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장소, 어떤 삶이 가장 나다운 삶이 될 수 있는지를 여러 시행착오 끝에 발견했습니다. 이것 역시 변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요.


오늘 역시 혼자서 지내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집 주위의 풀을 벤 것을 제외하고는 바깥출입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내일은 보급품을 받으러 베이스캠프로 갑니다. 일주일이 지나니 밑반찬이 바닥나고 있습니다. 국 끓이는 것, 반찬 만드는 것은 부끄럽게도 아직 배우지 못했습니다. 언젠가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아내의 손을 빌리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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