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올 여름 피서법

샌. 2006. 8. 10. 12:36

올 여름은 유난히 덥습니다. 수치상으로 나타난 기온은 예년에 비해 특별히 높다고 할 수 없는데 체감으로 느껴지는 더위는 훨씬 더합니다. 이곳은 한여름에도 선풍기조차 필요 없을 정도로 서늘하지만 올해는 다릅니다. 소나기 한 줄기 없이 십여 일째 땡볕 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제는 하루 종일 선풍기를 틀어놓고 지내야 했습니다. 이런 때는 바깥일도 아침 해 뜨기 전 잠깐 뿐입니다. 저녁에는 해가 떨어지더라도 남은 열기 때문에 밖에 나가기가 싫습니다. 반면에 빨래를 말리는 쨍쨍 햇볕은 고맙습니다. 아침에 빨래를 널어두면 햇볕에 익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저녁에 바짝 마른 빨래를 만지면 뽀송뽀송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덩달아 방안의 이불까지 꺼내 햇볕 구경을 시켜줍니다. 태양의 맑은 에너지로 듬뿍 샤워하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낮 동안의 내 피서법은 글쓰기입니다. 주제는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습니다. 아무렇게나 그적거리다 보면 어떤 주제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하여튼 글쓰기에 집중하다 보면 잡념은 사라지고 더위 또한 절로 의식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 무엇에 집중하면 다른 것은 잊게 되는데, 덤으로 더위퇴치의 효과까지 얻게 되는 것입니다. 잠시 쉬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나오면 그제야 무척 더운 날씨라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글쓰기에 취미를 붙인 것은 이 블로그 때문입니다. 블로그를 일기라 생각하고 매일 글을 올리겠다고 다짐했는데, 그러다보니 억지로라도 컴퓨터 앞에 앉아야 하고 그래서 이젠 쓰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 전부터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었으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이왕 글을 쓸 바에야 잘 써보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오래 전이었는데 어떤 작가분이 글 잘 쓰는 비결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매일 일기를 쓰십시오. 십 년만 계속 일기를 쓴다면 당신은 당신만의 문체를 갖게 되고 글 잘 쓴다는 말을 듣게 될 것입니다.” 이 말을 순박하게 믿은 나는 십 년 이상 일기 쓰기를 계속했습니다. 결과는 작가분이 말한 것만큼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그러나 일기 쓰는 습관만은 확실하게 얻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잘 써야 한다는 의식은 별로 들지 않습니다. 꾸며서 아름답게 보이는 글 보다는 자연스러운 글이 더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나는 책을 보다가, 그냥 아무 일 없이 누워서 빈둥거리다가, 라디오도 듣다가, 또는 노트북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려 보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 제일 즐거운 시간은 역시 글 쓸 때입니다. 그 시간은 시도 없이 떠올라 어떤 때는 나를 민망하게도 만드는 잡념에서 해방되어 좋습니다. 그리고 요즘 같이 무더울 때 더위로 인한 짜증도 자연 해소되니 말 그대로 일석삼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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