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렸을 때 동네 어른들이 '제비원 소주'를 마시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그래서 '제비원' 하면 금방 '소주'가 연상된다. 지금 안동 소주의 원조가 제비원 소주일 것이다. 그때 왜 이름이 특이하게 '제비원'일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제비원의 정식 행정지명은 안동시 이천동(泥川洞)이다. 사람들이 제비원이라 부르는 건 이곳에 전해지는 설화 때문이다. 옛날 이곳에는 관리들이 출장길에 묵어가는 '원(院)'이 있었는데, 부모 없이 자란 '연이'라는 처녀가심부름하며 살고 있었다. 부근에 살던 부잣집 김씨 총각이 죽어 저승에 갔는데 염라대왕이 "너는 세상에서 못된 일을 많이 하여 저승 창고가 비었다. 착한 일을 많이 한 연이의 재물을 빌려 인정을 베풀라." 하여 이승으로 되돌아왔다. 그리하여 재물을 나누어주었는데, 연이는 그 재물로 법당을 지었다. 대목이 마지막 기와를 덮고 제비로 변하여 날아갔다고 하여 연비사(燕飛寺)라 하였고, 이곳 원의 이름도 제비원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 연이 처녀가 죽자 바위가 갈라지면서 큰 돌부처가 생겨났는데 바로 제비원 석불이라는 것이다.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석불은 높이가 12.4m인데 큰 바위에 몸을 음각으로 새기고 불두는 따로 만들어서 올려놓았다. 몸체가 풍만하면서 얼굴에서는 위엄이 느껴진다. 손의 모양으로 보아 아미타불(阿彌陀佛)의 모습이라고 한다. 얼굴에 비해 몸체를 이루는 바위가 커서 마치 망또를 입은 것 같이 보인다. 예전에 안동이나 대구를 오갈 때면 버스가 이 석불 바로 앞을 지나갔다. 오랜만에 와서 보니 도로는 뒤로 물러났고 앞에는 공원이 만들어져 있다. 고향에서 가까이 있어 나로서는 어린 시절부터 친근한 석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