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도행 열차가 도착합니다." '오이도'로 가는 전철을 4년 동안 타고 출퇴근했지만 정작 오이도에는 가보지 못했다. 어떤 장소는 차라리찾지 않아마음속에만 담아두는 게 나을 때가 있다. 오이도가 그런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럴 때는 임영조 시인의 '오이도'라는 시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마음속 성지는 변방에 있다
오늘같이 싸락눈 내리는 날은
싸락싸락 걸어서 유배 가고 싶은 곳
외투 깃 세우고 주머니에 손 넣고
건달처럼 어슬렁 잠입하고 싶은 곳
이미 낡아 색 바랜 시집 같은 섬
- 오이도행 열차가 도착합니다
나는 아직도 그 섬에 가본 적 없다
이마에 '오이도'라고 쓴 전철을
날마다 도중에 타고 내릴 뿐이다
끝내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고
가슴속에 묻어둔 여자 같은 오이도
문득 가보고 싶다, 그 섬에 가면
아직도 귀 밝은 까마귀 일가가 살고
내내 기다려준 임자를 만날 것 같다
배밭 지나 선창가 포장마차엔
곱게 늙은 주모가 간데라 불빛 쓰고
푸지게 썰어주는 파도 소리 한 접시
소주 몇 잔 곁들여 취하고 싶다
삼십여 년 전 서너 번 뵙고 타계한
지금은 기억도 먼 나의 처조부
오이도(吳利道) 옹도 만날 것 같은 오이도
내 마음 자주 뻗는 외진 성지를
오늘도 나는 가지 않는다, 다만
갯벌에는 나문재 갈대꽃 피고 지고
토박이 까치 무당새 누렁이 염소랑
나와 한 하늘 아래 안녕하기를
오이도(烏耳島), 이미 일제시대 때 육지와 연결되어 이름으로만 남아 있는 섬....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오이도에 간 날, 오이도는 없었다. 오래전에 사라진 걸 나만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