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한 장의 사진(5)

샌. 2006. 7. 3. 10:31



오늘 신문 1 면에 실린 사진 한 장이 눈을 붙잡는다.

중국과 티베트를 연결하는 칭짱(靑藏)철로가 난공사 끝에 드디어 개통되어 운행을 시작했는데, 고원지대를 지나가는 기차를 티베트 아이들이 신기한 듯 쳐다보는 사진이다. 티베트고원을 통과하는 이 철길은해발 4천 미터 이상인 지대를 지나는 곳만도 거의 1천 km가 된다는데 '천로(天路)'라고 부를 정도로 지구상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철로라고 한다.

이 열차 개통에 대해 티베트 망명정부측에서는 문화적 대학살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에서는 낙후된 티베트를 개발하고 문명의 혜택을 전하는 전령사 역할을 할 것으로 선전하고 있다.

중국은 1950 년에 티베트를 침략하고 점령했다. 달라이라마는 인도로 피신하여 망명정부를 세웠고,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억압정책은 50 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다. 달라이라마의 사진만 갖고 있어도 체포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거대 제국 중국이 왜 이렇게 영토에 욕심을 부리는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하기는 고구려도 자기들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도 그런 흐름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동안 진행된 티베트의 중국화 작업이 이번에 개통된 철길로 인해 더욱 가속화될 것은 분명하다.

마침 '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라는 티베트 순례기를 읽고 있는데 티베트의 자연과 사람들, 그리고 글쓴이의 용기에 영적 탐구심에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티베트 오지에까지 침투한 중국의 상술과 관광객들에 의한 환경오염의 실상들도 우려할 만한 정도였다.

티베트가 늘 은둔의 왕국으로 있어야 할 당위성은 없다. 외부인들의 욕심대로 티베트인들에게 옛날 식으로 살아가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외부에 의한 강제적인 침략과 전통문화 파괴는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티베트 사람들에게도 자본주의의 물결이 밀려와 그들의 삶과 생각을 급변시키고 있다.

수천 년 간 지속되어 온 고유문화라도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이런 것도 역사의 필연적인 흐름의 하나이겠지만, 앞으로 티베트의 종교적이고 영적인 전통과 삶이 자본 앞에서 맥없이 무릎 꿇는 것을 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 될 것이다.

저 사진을 보면서나라를 빼앗겼던 일제시대의 우리 처지가 떠오른다.

지금은 산업의 동맥이 되었지만 그때도 일제는 자원 약탈과 대륙 침략을 위한 목적으로 철도를 부설했을 것이다. 일부 선각자를 제외하고는 아마 대부분의 우리 선조들이 조국 독립보다는 선진문명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으로 달리는 철마를 바라보았을 것이다. 마치 사진 속의 저 티베트 아이들처럼 말이다.

저 철도를 통해 사람과 물자를 대규모로 왕래시키면 티베트의 고유문화가 한족 문화에 융화되어 티베트인들의 독립 의지를 자연스레사라질 것이라고 계산할지 모른다. 그리고 남쪽 인도로 연결되는 교두보로 이용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하면 부메랑이 되어 다시 중국의 뒤통수를 칠 수 있다. 심원한 티베트의 정신이 간단하게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늘 아침 신문에 실린 저 사진 한 장을 보며 착잡한 마음이 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기차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옆모습이 많은 것을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자연을 거침없이 뚫고 나가는 저 힘을 막을 자는 없다. 또한 저 사진은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도도한 역사의 흐름에 굴복할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과 서글픔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길위의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건 노동이 아니라 운동이야  (0) 2006.07.13
카미노 데 산티아고  (0) 2006.07.07
Dust in the wind  (0) 2006.06.28
패자의 눈물  (1) 2006.06.16
화나고 우울할 때  (0) 2006.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