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Dust in the wind

샌. 2006. 6. 28. 15:36

'Dust in the wind'를 듣는다. 이 노래는 내가 좋아하는 팝 중의 하나이다. 특히 사라(Sarah Brightman)의 목소리로 듣는 것을 좋아한다. 예전에 이 노래를 눈물을 흘리며 듣곤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무엇인가의 상실감 때문이었을까, 인생의 허무함 때문이었을까, 하여튼 그때는 이 노래를 들으며 무척 슬퍼했었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그 슬픔을 즐기기도 했었다. 지금은 그런 기분이 많이 정리되었지만 기본 정조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이 노래는 경박하게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특효약이다.


‘I close my eyes / 난 눈을 감아요

Only for a moment, and the moment's gone / 잠깐 동안, 그리고 그 순간은 지나가죠

All my dreams pass before my eyes, a curiosity / 내 모든 꿈은 내 눈, 호기심 앞에 지나가요

Dust in the wind / 바람 속의 먼지

All we are is dust in the wind / 우린 모두 바람 속의 먼지나 다름없죠

Same old song / 오래된 노래처럼

Just a drop of water in an endless sea / 그냥 끝없는 바다 속 하나의 물방울처럼

All we do crumbles to the ground / 우린 땅위에서 산산이 부서져버려요

Though we refuse to see / 비록 우리가 보길 거절한다 할지라도

Dust in the wind / 바람 속의 먼지

All we are is dust in the wind / 우린 모두 바람 속의 먼지나 다름없죠

Oh, don't hang on / 아, 집착하지 말아요

Nothing lasts forever but the earth and the sky / 결국은 지구와 하늘 외엔 아무것도 남지 않아요

It slips away / 시간은 어느덧 지나가버리고

And all your money won't another minute buy / 돈으로 시간을 조금이라도 살 수는 없어요

Dust in the wind / 바람 속의 먼지

All we are is dust in the wind / 우린 모두 바람 속의 먼지나 다름없죠

All we are is dust in the wind / 우린 모두 바람 속의 먼지나 다름없죠’


연애를 할 때는 평상시에 촌스럽게 보이는 트로트 가사가 명문으로 변해 가슴을 울린다. 그냥 흘러 듣던 시 한 줄에 눈물을 흘리게도 된다. 이렇듯 같은 노래나 글이라도 당시의 상황에 따라 마음에 주는 공명이 다르다. 나 같이 감정이 둔한 사람은 어지간해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더구나 음악을 통해서는 더욱 그러한데 이 ‘Dust in the wind'는 예외에 속하는 노래라 할 수 있다. 아마 당시 상황이 그만큼 절박했었지 않았나 싶다.


나는 인정이 없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10대 때 함께 지냈던 외할머니로부터도 제일 많이 듣던 소리였다. 최근에는 어머니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쟤는 클 때부터 잔정이라고는 없었어.” 내 행위를 돌아보면 그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부모 입장에서도 참 재미없는 자식이었을 것이다. 가슴이 차가워서인지 어지간해서는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 몇 해 전 장인어른이 돌아가셨을 때도 그랬다. 가족들이 슬퍼하는 가운데서 혼자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 것도 민망한 일이었다. 그만큼 깊은 슬픔에 젖기가 어렵다. 그럴 때는 조그만 자극에도 눈물을 펑펑 쏟을 수 있는 사람이 여간 부러운 게 아니다.


사람이 그렇게 생겨먹었는데 어떤 때는 엉뚱한 데서 눈물이 나와 당황하기도 한다. 노래를 듣다가, TV를 보다가, 또는 영화를 보다가 슬픈 사연에는 가끔씩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러면 옆에 있는 사람이 알아챌까봐 이만저만 창피한 게 아니다. 정작 울어야 할 때는 눈물이 말랐고, 쓸데없는 상황에서는 눈물이 나온다. 주책도 보통 주책이 아닌 것이다. 가만히 돌아보면 사람은 자신의 서러움에 눈물을 흘리는 것 같다. 그리움이 애절할 때, 삶이 허망할 때, 마침 그런 노래나 글을 만나면 감염되듯 자극을 받는다. 노래나 글이 나타내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로 변하는 것이다.


‘Dust in the wind'를 들으며 괜스레 눈물을 닦아내던 옛 시절을 생각한다. 고통스러웠던 한 시절이었다. 지금은 울지 않지만 그러나 지금이 그때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모든 고통은 지나고 보면 보석처럼 아름답게 반짝인다.


‘Dust in the wind. All we are dust in the wind.'

'바람 속의 먼지. 우린 모두 바람 속의 먼지나 다름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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