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카미노 데 산티아고

샌. 2006. 7. 7. 12:57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는 ‘산티아고로 가는 길’이라는 뜻이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인 야곱이 예수의 처형 후 복음을 전하기 위해 예루살렘에서 스페인까지 걸어왔다고 한다. 야곱은 후에 순교해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묻혔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잊혀졌다. 그런데 9세기 초, 어느 기독교 수행자가 외진 골짜기에서 그의 유골을 발견하면서 그 위에 성당을 짓고 성지로 되었다. 그때로부터 유럽의 기독교인들은 산티아고로의 성지순례를 시작했고, 교황 알렉산더 3세는 산티아고를 로마, 예루살렘과 함께 기독교 3대 성지로 선포했다. 12세기에 순례는 절정에 달했고, 순례자를 위한 숙소가 길 위에 생겨났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소수의 사람들만 이 길을 찾았으나 1987년 유럽연합이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유럽의 첫 번째 문화유산으로 선포했고, 1993년에는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선포한 이후, 다시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한다.


순례 코스는 여러 갈래인데 대부분 ‘카미노 프란세스(Camino Frances)’라 불리는 프랑스 국경에서 시작하는 길을 걷는다고 한다. 카미노 프란세스는 생장피드포르에서 산티아고까지 8백 km 정도인데, 완주하는데 보통 한 달이 걸린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서, 이 길을 걷는 사람은 특별한 영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삶에 지친 사람들이 위로를 받는 길이고, 어둠에 헤매던 사람들이 빛을 찾게 되는 길이기도 하다.


이 길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인터넷에 올라와 있던 어느 분의 순례기 때문이었다. 뒤에 그 내용이 책으로 정리되어 나와서, 마치 나 자신이 그 카미노 위에 있는 양 가슴 두근거리며 읽었다. 다른 여행기를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번에는 특히 더 꼭 가보고 싶은 충동이 막 솟아올랐다. 지금도 그 길을 떠올리면 괜히 설레고 가슴이 뛴다. 그러나 한 달 이상의 여정을 잡자면 아마도 퇴직 후가 되어야 할 것 같다. 나는 일반적인 관광여행, 또는 구태의연한 성지순례 같은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다. 대신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사막이나 히말라야 트래킹 같은 것, 그리고 카미노 데 산티아고 같은 자신의 내면으로의 여행을 동반하는 것이다.


지금 내 꿈은 카미노 데 산티아고에 한 번 서보는 것이다. 그 꿈이 5년 후에 이루어질지, 10년 후에 이루어질지 알 수 없으나 분명 언젠가는 배낭을 메고 그 길을 걸을 때가 찾아올 것이다. 그 길을 걸었던 어느 사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길을 걷고 나서 나는 알게 되었다.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문명 전체가 나아가는 방향에 등 돌릴 힘이 내게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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