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동강에 다녀오다

샌. 2006. 3. 26. 09:44

친구와 같이 동강에 다녀왔다. 동강할미꽃을 보기 위해서였다.

동강할미꽃은 정선 동강의 석회암 절벽의 바위틈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특산의 희귀식물이다. 동강 중에서도 특수한 일부 지역에서만 자란다. 1997년에야 알려졌는데 그만큼 오지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꽃은 처음에는 위를 향해 피었다가 꽃자루가 길어지면서 옆을 향하는데, 이것이 다른 할미꽃과 다른 특색이다.

그러나 현장의 안내하시는 분 말씀에 따르면 그때만 해도 동강 주변에 무척 많은 동강할미꽃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강 옆으로 도로를 만들어 아스팔트를 깔고, 사람들이 와서 마구 캐가는 바람에 지금과 같이 이젠 보존해야 할 정도로 개체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정선행 버스를 타고 새말IC와 안흥, 평장을 거쳐 광하리에 도착했다. 광하리는 생각보다 작은 마을이었다. 거기서 점심을 먹기로 계획했었으나 비수기라 영업을 하는 식당이 없어 굶을 수밖에 없었다.

맞은편 절벽 밑에는 차들이 주차되어 있고, 사람들이 절벽에 매달려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였다. 우회하는 다리가 멀어서 직접 강물을 건너가려고 신발을 벗고 들어갔는데, 물은 얼음같이 차갑고 미끄러웠다. 발이 시려서 10초 이상 물속에 있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돌이 미끄러워 무척 조심해야했다. 물 속 돌은 이끼 종류가 들어붙어 있어 보기에도 지저분한데 동강의 오염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친구의설명에 의하면 할미꽃은 알칼리성 토양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석회를 뿌리는 산소 주변에 할미꽃이 많이 자란다고 하는데, 그 설명이 그럴듯해 보였다.

 

그런데 동강할미꽃은 평지가 아닌 석회암 수직 절벽에서 자란다. 왜 하필 저렇게 척박한 환경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그곳이 다른 식물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초봄의 햇볕을 온전히 쬘 수 있는 장점은 있겠다는 추측을 해본다.

 





다행히도 동강할미꽃은 절벽 이곳저곳에서 자주 눈에 띄었다. 사다리까지 준비해 온 분도 있었지만 크게 욕심내지 않는다면 사진을 찍기에는 크게 무리가 되지는 않았다. 다만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꽃보다도 더 많아서 순서를 기다리기도 했다.

 

아마 동강할매가 하루 종일 모델이 되어주느라 많이 피곤했을 것이다.

 


 

사진가들의 열정은 못 말린다. 어떤 때는 꽃보다도 절벽에 매달려 사진 찍는 사람들 구경하는 게 더 재미있었다. 수직 절벽에 몸을 붙이고 사진기를 조작하는 모습이 서커스를 보는 것처럼 아슬아슬했다.

 





옆에서는 인근 귤암리 마을 분들이 천막을 쳐놓고 차도 끓여주고 꽃 안내도 해주셨다. 동강할미꽃을 이 지역의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려는 의지가 보였는데, 씨를 채취해서 인공 파종을 해 개체수를 계속 늘여가겠다고 하신다.

 

다른 꽃 피는 장소를 물으니 직접 운전해서 데려다 주실 정도로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무척 고마웠다.

 





그렇게 만나고 싶었던 동강할미꽃을 정말 원 없이 실컷 보았다. 꽃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꽃 하나 보러 네 시간을 달려 그 먼 곳까지 찾아간다는 것이 별스럽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러나 보고 싶었던 꽃을 만나는 순간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 강산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을 새로이 알게 되고 만나는 경험은 행복과 환희,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도 여기에 마음을 같이 하는 친구가 있어서 고맙기만 하다. 그리고 이 친구는 생물을 전공해서 내가 배울 바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앞으로 이 친구와는 한 달에 한 번씩 꽃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밖에 나갈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약속했다.

 

이번에도 자가용을 가져가지 않아 히치하이킹을 해야 하는 등 불편했지만 대신에 여행은 더 재미있었다. 많이 걷게 되고 지역 주민들과 만나 얘기도 나누게 되는데 그것이 훨씬 더 의미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 사는 그곳으로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꽃을 찾아 나서는 길의 의미 또한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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