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촉촉이 내린다.
남쪽 지방에는 많은 비가 내리는 것 같은데 이곳은 무엇이 그리 조심스러운지 곱게만 내린다. 초봄이면 늘 가뭄에 시달리는데 그래선지 이맘 때 내리는 비는 모두에게 반갑다.
사무실 앞 활짝 핀 목련과 이제 막 개화를 시작하는 매화가 봄비를 맞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남녘은 이미 매화가 졌겠지만 여기는 이제 시작이다. 느릿느릿한 봄의 여신의 발걸음이 드디어 이곳에도 도착했다. 온 들판을 눈부시게 장식하는 꽃의 향연이 아니면 어떠랴. 한 그루의 매실나무, 한 송이의 매화에도 온 봄의 정기가 담겨있는 것을.
이런 날은 봄이 오는 들길을, 아니면 호젓한 산길을 걷고 싶다.
도시의 매연 냄새 아직 모르는 공기로 호흡하며, 온통 살아있는 존재들의 숨소리 듣고 싶다.
저 질식할 것 같은 벽돌길 대신 폭신한 흙길, 그 길 옆어딘가에 숨어서 피어있을 부끄러운 꽃 한 송이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