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봄 감기

샌. 2006. 4. 4. 11:09

봄 감기가 가족 전체에게 찾아왔다. 제일 먼저 아내에게 나타난 증상이 아이들을 거쳐 나에게까지 전해졌다. 아내는올봄에 특히 더 힘들어한다. 감기뿐만 아니라 몸 이곳저곳이 아파 몇 주째 바깥 나들이를 못하고 집안에서 지내고 있다. 우리 가족에겐 잔인한 봄이 되고 있다. 젊은 아이들은빨리 회복이 되는데 어른들은 아무래도 시간이 걸린다.

 

아내는 약과 병원을 무척 좋아한다. 좋아한다기 보다는 믿는 편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반면에 나는 되도록이면 병원이나 약 사용을 삼가한다. 한번 아플 때마다약을 먹어라, 병원에 갔다와라는 아내의 잔소리와, 안 먹는다, 안 간다라는 내 고집이 부딪쳐 마찰음이 난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감기의 경우에는 약의 효능을 나는 별로 믿지 않는다. 대신에 최상의 방법은 푹 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기가 찾아오면 나는 만사를 제쳐두고 몸 위주로 생활한다. 많이 먹고, 많이 잠자고, 이불을 덮어쓰고 땀을 흘리며 그냥 푹 쉬는 것이다. 출퇴근할 때도 차를 갖고 다니며 육체적 활동을 최소한으로 줄인다. 감기가 찾아온 이유는 바로 그런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하면 약을 먹으며 보통대로 생활하는 사람보다 훨씬 더 빨리 정상으로 회복된다. 길어야 일주일이면 된다. 어떤 사람은 한 달이나 감기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불평하지만 독종 바이러스 탓도 있겠지만자신의 생활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번에 찾아온 봄감기로 아내와 아이들이 먹는 약이 탁자 위에 가득하다. 어이없어 하며 웃었더니 잘난 척 하지 말라며 도리어 핀잔을 준다. 약도 전문화가 되어 있어 기침이냐, 콧물이냐, 머리가 아프냐에 따라 종류가 많다. 아내는 증상에 따라 잘도 골라내어 처방해 준다.

 

다행히도 나의 경우는 지난 일요일을 고비로 좋아지고 있다. 쉼없이 나오던 콧물도 멈추었다. 이번에 찾아오신 손님은 그런대로 얌전하신 분인것 같다.

 

병도 보는 관점에 따라 내 잘못된 습관에 대한 경고나 몸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사인으로 읽을 수 있다. 그런 관점이라면 병을 꼭 부정적인 의미로만 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고맙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물론 모든 경우로 일반화시키기에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이번 감기를 통해서 배운 것은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다. 나에게 찾아온 좋은 것에는 누구나 다 감사할 줄 안다. 단순히 내 입맛에 맞는 호오(好惡)로 현상을 판단하는 것은 너무나 일방적이다. 현상의 배후에 숨어있는 의미를 이해한다면 우리는 매사에 감사할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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