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대나무 수난의 계절

샌. 2006. 3. 21. 15:02



변산에 다녀온 동료가 그곳 대나무들이 모두 누렇게 죽어가고 있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고 보니 이런 현상은 전국적인가 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예정이라는 담양의 대나무 숲도 지금 고사 직전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원인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마 지난 초겨울에 계속된 혹한과 이어진 폭설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는 것 같다.

사무실 앞에 오죽(烏竹)이 심어져 있는데 늘 푸르러야 할 대나무 잎이 지금 누렇게 변해가며 죽어가고 있다.

 

서울 지방에는 지난 겨울이 그렇게 춥지도 않았고, 눈도 많이 온 편이 아닌데 예년과 달리 대나무의 푸른 색이 사라져 버렸다. 남녘 지방처럼 기상 탓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대나무는 예로부터 지조와 절개의 상징이다. 푸르고 곧은 모습은 대쪽 같은 선비 정신을 나타내고, 텅 빈 속은 마음을 비운 한사(寒士)의 고결함을 상징한다.

 

이런 대나무가 올 봄에 전국적으로 말라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은왠지꺼림칙하다. 시절이 하 수상하고, 지금 이 시대에 선비 정신이 죽고 인륜과 도덕이 무너지니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게 아닌가 하는 노파심이 드는 것이다. 설마 나라에 무슨 변고가 생기려는 것은 아니겠지. 겉으로의 풍요에 취해 있는 동안에 우리의 내면은 저 대나무처럼 말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본다.

 

그러나 그 옆 목련나무에선 뽀얀 꽃봉오리가 싹을 내밀고 있다. 사람이 사람 답게 살 수 있는 따스한 세상에 대한 꿈, 그 희망마저 없다면 이 세상을 견디며 살아가기는 정말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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