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저녁 시간에 맞추어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에 들렀다. 몇 번을 놓친 할매할배바위에서의 해넘이 사진을 찍고 싶어서였다. 시간이 남아 아내와 같이 물 빠진 넓은 백사장을 오가며 해지기를 기다렸다. 다행히 날씨는 맑았다.
때가 되니 목 좋은 자리에는 사진사들로 가득 찼다. 뒷 자리 한가한 곳에 자리를 잡고 경탄할 짬도 없이 렌즈를 바꾸어가며 열심히 샤터를 눌렀다.
사진을 찍어보니 해넘이에는 두 단계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해가 보이는 풍경인데, 이 때 절정의 순간은 1-2분 정도 지속된다. 그 날의 대기 상태에 따라 언제 절정의 순간에 도달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여러 컷을 찍어놓고 보면 나중에는 확연히 구분되어진다.
또 하나는 해가 지고 난 뒤 나타나는 저녁 노을이다. 나에게는 사실 이 때가 가장 마음에 든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진가들은 해가 지고 나면 서둘러 카메라를 철수해 버린다. 해가 진 뒤 조금만 기다리면 하늘은 부드러운 석양으로 물든다. 가장 분위기 있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밋밋하게 끝나는 때도 많지만, 어떤 날은 붉게 물든 구름이 만드는 환상적인 풍경을 선물받기도 한다. 비록 그렇지 못하더라도 엷은 파스텔 톤의 은은한 대기는 잠시의 기다림을 충분히 보상받고도 남는다. 역시 이 순간도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모든 아름다운 것은 순간에 지나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