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초가 되면 고등학교 교문에는 연례행사처럼 이런 플랭카드가 걸린다.
'서울대 및 의대 00명, 연세대 00명, 고려대 00명, 서강대 00명, 성균관대 00명, 한양대 00명,...... 기타 4년제 대 00명'
이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대학 서열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아마 저기에 들어간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서열화된 취급을 받을 것이다. 그것이 연장되면 서열화된 계급사회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은 뻔하다.
플랭카드에서 옛날과 달라진 점이라면 의대에 입학해도 서울대 통계에 들어가는 것이다. 작금의 의대에 몰리는 세태를 읽어볼 수 있다.
요즈음은 실업계 고등학교도 여기에 동참하는 것 같다. 이젠 실업계 고교 입학도 좀더 쉽게 대학에 가기 위한 방편으로 여기는 것 같다. 자식의 대학 입학은 대한민국 온 가정의 중대사로 되었다.
대학을 나와도 취직하기 어려운 현실, 어쩌면 그것은 이런 온 국민의 대학생화에도 원인이 있지 않나 싶다.
아이들에게 너희들도 희망이 있다는 격려 차원인지, 아니면 학부모에게 학교 자랑을 하려는 건지, 저 플랭카드를 내건 속내가 무얼까 헷갈린다. 그래서 교문 위에서 바람에 펄럭이는 저 플랭카드를 보면 슬퍼진다.
'000 고등학원'임을 내세우는 것이 결코 자랑은 아닐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