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농막을 고치다

샌. 2006. 4. 10. 13:20



고향에 내려가서 어머님이 일하시는 밭의 오래된 농막을 고쳤다. 물론 손재주 좋은 동생들이 대부분의 일을 했다. 이 농막이 밭에 세워진 것은 아마 30 년도 더 되었을 것이다. 너무 오래 손을 보지 않아 지붕이헤어져 제 구실을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형제들이 모여 같이 손을 합쳤다.

 

전날 밤에는 고향집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오랜만에 형제간의 우애를 나누었다. 그간 소원했던 기간도 있었는데 비록 전부 모이지는 못했지만 서로간의 정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고마운 시간이었다. 아마 그때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가고 물었다면, 서로간의 따스한 정으로 사는 것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어떨 때는 형제 사이가 남보다 못하기도 있지만그래도 핏줄이란 건 무시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것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함께 해야 할 운명체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사이가 틀어진다고 모른 척할 수 없다. 남이라면 헤어지면 그만이지만, 형제간에 서로의 가슴에 남겨진 응어리는 모른 척 한다고 풀리지 않는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형제 관계 역시 묘하고 복잡하다. 어릴 때의 경쟁심이 커서도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도리어 다른 집 식구가 들어오면서 어떤 경우는 더 엉킨 실타래가 되어 버리기도 한다.

 



동생들이 농막을 고치고 밭을 손보는 동안 나는 아버님 산소 주변에 측백나무를 심었다. 이곳 밭으로 조상님 묘를 이장한지도 10 년이 넘었다. 조상을 기리는 정성이 부족한 탓으로그 흔한 석물 하나 세우지 못해 면목이 없었는데 이번에 측백나무 스무 그루를 싣고 간 것은 조금은 후손 노릇을 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릴 때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사랑을 생각하면 아무리 내리사랑이라지만 너무나 일방적이다.땅 속의 할아버지가 지금 의식이 있으시다면 아마 쯧쯧 하고 혀를 차시기보다는 고놈 고놈 하고 귀여워해 주실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아버님 산소에 제비꽃 하나가 곱게 피었다. 고개를 돌리니 가까운 산자락은 온통 현호색 꽃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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