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어린이대공원의 봄

샌. 2006. 4. 13. 15:18



아내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 약혼기념일 ♥.....'

 

퇴근하며 공원에 들러봄꽃을 보고 가기로 했는데, 발이 아파 집에 있겠다던 아내가 약혼기념일이라는 마력에 넘어갔는지 억지로라도 나오겠다고 했다. 머리가 허옇게 된 지금에도 약혼기념일을 기억해 내는 내 마눌님은 참 대단하다.

 

25 년 전 전주의 오늘은 맑고 화창한 봄날씨였다.식을 마치고 양가의 가족은 완산봉과 덕진공원으로 봄나들이를 나갔다.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 사람들은 벚꽃과 개나리에 둘러싸여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젊은 우리가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꽃처럼 환하게 웃고 있다.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때였다.

 

25 년 뒤 우리는 어린이대공원을 다시 나란히 걸었다. 봄꽃축제가 열리고 있어선지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여기 어린이대공원은 결혼 초기에 면목동에 살았던 탓에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놀러왔었다.당시에 서울에는 서울대공원이나 올림픽공원 등이 만들어지기 전이라 큰 공원으로서는 이곳이 유일했다.

 

공원의 풍광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꽃 아래를 걷는 사람은 세월 만큼이나 많이 변했다. 쓸쓸하게도 이젠 방관자가 된 느낌이다. 젊은 부부의 가족 나들이를 그저 멀리서 바라보며 미소지을 뿐이다.

 

어린이대공원에 심은 벚나무는수령으로 볼 때 지금이 한창 때라다른 곳보다 더 싱싱하고 화려하게 피어난다고 한다. 벚꽃은 많은 나무들이 어우러져 군락을 이루고 있을 때 더욱 멋있어 보인다. 그리고 바람이라도 불어 꽃잎이 분분히 날릴 때라면 세상의 시름을 잠시나마 잊어볼 수 있다.세월의 무상함도 가벼운 꽃잎따라 흩날려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날씨는 흐리고늦은 시간이라 벚꽃의 화사함이 사진으로 잘 표현되지 못해 아쉬웠다.

 



여러가지 과실수를 심어놓은 밭에 앵두꽃이 화사하다.

 



자두나무 아래에 한 가족이 자리를 잡았다. 가까이서 보면 자두꽃도 흰색이건만 멀리서 보면 저렇게 꽃이 핀 자두나무는 전체적으로연한 연두빛을 띈다. 그 색깔이 또한 은은해서 좋다.

 



그런데 공원 안에 있는버즘나무의 이 흉측한 몰골은무엇인가? 도시의 간판을 가린다고 가로수를 마구 가지치기하는 것은 보았지만 공원 안에 있는 나무도 이런 수난을 당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이건수형을 다듬은 것이 아니라 거의 난도질에 가깝다. 아이들이 많이 찾는 공원이니까 나무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만약 나무의 입장이라면 자신의 수족을 잘라낸 아픔이 얼마나클 것인가? 돌아서 나오는 마음이 영 꺼림칙했다.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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