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신록예찬

샌. 2006. 4. 30. 17:33



산색(山色)이 일 년 중 가장 고울 때가 이즈음이다. 그래, 아름답다기 보다는 곱다고 해야 어울리는 색깔이다. 해맑은 아기의 미소 같은 색깔, 금방이라도 간지럼이 일어날 것 같은 색깔이다.

 

터의 풍광 역시 지금이 제일 곱다. 아침 시간에 들길을 걷다.폭신폭신한 논둑길을 일부러 찾아서 걸어본다. 모내기를 준비하는 논으로 물 들어가는 소리가 찰랑거리고 발 밑에서는 냉이, 꽃다지, 민들레가 환하게 웃는다.

 

눈을 들면 둘레는 온통 연초록 잔치다. 가을의 화려한 단풍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여기에는 생명의 푸른 기운과 약동이 있다. 이 기운은 우리의 눈을 씻고 마음을 정결케 해준다. 비록 흐린 날씨지만 이 초록의 밝음을 가리지는 못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두루 사시(四時)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그 혜택을 풍성히 아낌없이 내리는 시절은 봄과 여름이요, 그 중에서도 그 혜택을 가장 아름답게 나타내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萬山)에 녹엽(綠葉)이 싹트는 이 때일 것이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驚異)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 우리가 비록 빈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 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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