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벌새의 우화

샌. 2005. 12. 13. 12:31

'초원에 불이 났다. 짐승들은 일제히 도망쳤다. 그런데 벌새 한 마리가 겁도 없이 진화에 나섰다.벌새는 그 조그만 입으로 강물을 물어 와 초원을 태우는 불길 위에 끼얹었다. 밑도 끝도 없이 그 짓을 했다. 큰 짐승들, 가령 사자나 코끼리나 얼룩말 같은 짐승들이 벌새를 비웃었다.

 

"야, 그런다고 네가 불길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니?" 그러자 벌새가 대답했다. "불길을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 그건 해보기 전에는 모르지. 나로서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어."'

 

어느 글에서 본 우화입니다. 이 우화에 나오는 불길은 지구 환경의 위기를 비유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짐승들도 불이 난 사실을 알지만 벌새와 다른 점은 그들은 방관자였다는 것입니다. 모두 도망쳤습니다. 아마 강을 건너면 다른 초원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었는지도 모릅니다.

 

벌새는 새 중에서도 가장 작은 새입니다. 아마 크기가 벌만 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을 것입니다. 벌새는 강물을 물어다 초원에 난 불을 끄려고 합니다. 그것은 무모하고 소용없는 짓임에 분명합니다. 다른 짐승들의 비웃는 소리에 벌새는 희망을 얘기합니다. 이 세상의 끝은 초원에 불이 난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절망하는 마음일지 모릅니다.

 

한 마리의 벌새가 두 마리가 되고 열 마리가 되고 천 마리가 되고, 그리고 도망가던 큰 짐승들이 돌아서서 불끄기에 동참할 때 초원의 불은 잡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 모든 일이 벌새 한 마리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의 작은 행동이 이 우주만큼 크고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작은 물 한 방울이 소나기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초원의 불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행동입니다

 

저는 이 우화를 보면서 제 생활에서의 실천을 돌아봅니다. 절제해야 하는 줄 알지만 늘 제대로 안돼 부끄러운 것이 많지만 그 중의 하나가 종이의 과다 사용입니다.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프린터에서 깔끔하게 인쇄되어 나오는 백지가 거저 생기는 양 어떨 때는 아까운 줄 모릅니다. 대부분이 이면지로 사용되지 못하고 폐휴지로 버려집니다.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예상과 달리 종이 사용량은 더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화면으로 보고 확인해도 되는 것을 굳이 프린터로 뽑아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 저희 같은 경우사무실에서 제일 절약할 수 있는 것이 종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때는 이렇게 마구 종이를 쓰다가는 벌 받을 것 같은 무서운 생각도 듭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제가 무심코 종이를 낭비한 행위는 소중한 우리의 열대우림 숲을 직접 톱질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또 지구의 다른 켠에서 공책 한 권을 구하지 못하는 가난한 아이들의 몫을 빼앗아 쓴 것과 다름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사실은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가 더 원망스럽습니다. 이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경제 시스템 아래서는 어쩌면 백약이 무효가 아닌가 하는절망에 빠질 때가 많습니다. 부와 소비가 미덕인 사회에서 흐름에 역류하려는 개인을 기대하기는 난망한 일입니다.

 

그래도 한 마리 벌새가 물고 있는작은 물 한 방울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러하므로 한 방울 물의 가치는 다욱 고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작은 벌새 한 마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러자면 좀더 많은 자기 절제와 용기가 필요하겠습니다.

 

'참살이의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심의 그늘  (0) 2006.01.21
  (0) 2006.01.15
[펌] 두 생명공학자의 명암  (0) 2005.12.08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0) 2005.12.08
지구의 밤  (2) 2005.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