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중앙일보에는 한국인의 가치관을 조사한 결과가 실렸다. 특히 물질주의적 가치관과 탈물질주의적 가치관 중 어느 쪽에 속하는 사람들이 많은지를 조사하고 다른 나라의 결과와 비교한 것이다.
여기서 물질주의란 나라의 정책을 부국강병에 둬야 한다는 경제 우선주의적 태도를 말하고, 탈물질주의란 경제보다는 인간적 가치, 환경 등 탈인습적이며 문화주의적인 가치를 강조하는 태도이다.
조사 결과는 응답자의 37%가 물질주의자로, 6%가 탈물질주의자로, 나머지 57%가 혼합주의자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이 결과는 비교 대상이 된 국가 중 중국 다음으로 물질주의자의 비율이 높은 것이었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는 거의 3 배 정도의 비율로 물질주의자들이 많았다. 스웨덴은 물질주의적 가치관에 속한 사람이 6%밖에 되지 않아 우리나라와 거의 반대 구조를 하고 있다.
보통 유렵 선진국들에서는 국민의 20% 이상이 탈물질주의자로 분류된다고 한다. 그만큼 환경보호와 언론 자유, 그리고 소수자의 인권 보호 등에 매우 민감하다는 뜻일 것이다. 거기에 비해 우리나라 국민은 아직도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는 경제지상주의에 갇혀있는 것 같다. 경제 문제가 한국인의 핵심 관심 사항인 것이다.
개별 항목으로 보면, ‘경제 안정’이 인간적인 사회나 창의성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87%에 이르렀다. 또 환경 개선이나 개인 발언권 확대보다는 ‘높은 경제 성장과 방위력 증강’이 우선한다는 비율도 82%였다. 언론 자유나 국민 참여보다 ‘물가 억제와 사회 질서 유지’를 선택한 비율도 73%였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맨 날 티격태격하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는 물질-탈물질주의적 가치관 차이에서 전혀 구별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적 노선에는 차이가 있지만 두 쪽 모두 기본적으로는 물질주의적 가치관을 바탕에 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민노당 지지자들에서 탈물질주의가 10% 정도로 나타나지만 이것도 아직 미흡해 보인다.
이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지금 우리들 대다수는 ‘보수적 물질주의자들’이다.
그래서 희망은 역시 젊은이들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현실 안주를 거부하고 이상의 별빛을 쫓아갈 수 있는 것은 젊음의 눈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사이 젊은이들도 세상의 물질주의 풍조에 너무 많이 물들어 있다고 우려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현실의 경향에 저항하며 진실에 열려있는 것은 젊음의 마음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신뢰가 가고 믿을 만한 신문을 조사했더니 1위를 차지한 신문이 한겨레신문이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소위 메이저 신문이라고 부르는 조중동은 한참 처져 있었는데 이것은 기성세대의 견해와는 사뭇 다른 것이어서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런 것이 우리 사회의 희망을 그래도 젊은 세대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인의 가치관을 조사한 이번 결과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도 앞으로는 ‘진보적 탈물질주의자’들이 많아져서 이 나라가 좌우 균형을 맞추며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