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세월이 빠르다

샌. 2005. 10. 27. 10:42

한 해의 끝이 다가오니 시간은 어지러울 정도로 빨리 흘러간다.

 

아름다운 계절, 가을이 어느덧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다.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함께 하는 시간이 짧아서 아쉽다. 우리들 인생도 분명 그러할 것이다.

 

놀이터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아이들 모습이 어제의 나인데 벌써 머리에 서리가 내렸다. 인생의 나이도 가을이 되면 시간축의 기울기가 훨씬 가팔라진다. 한 해를 지나는 것이 한 달처럼 짧게 느껴진다.

 

未覺池塘春草夢

階前梧葉已秋聲

 

어린 시절 뛰어놀던 봄꿈이 아직 깨지도 않았는데

뜰 앞의 오동잎이 이미 가을소리를 전하는구나

 

주희(朱熹)의 권학문(勸學文)에 나오는 끝 구절이 입술에서 저절로 흘러나온다. 봄날 뜰에서 놀다가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벌써 가을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는 쓸쓸함이 지금의 내 심정이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변한다. 만물의 존재나 현상들은 우주적 차원에서는 모두 한 순간일 뿐이다. 우리네 인생도 예외일 수가 없다. 생명을 갉아먹으면서 우리가 지키려 하고 싸우는 것들이 결국 달팽이 더듬이 위의 하찮은 소동에 불과하다는 것을 늦게서야 깨닫는다.

 

문제는 받아들임이다. 수분을 버리고 가벼워진 나뭇잎이 허공에 몸을 내맡기고 땅으로 돌아가듯, 나를 비우고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일이다.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가을이 유난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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