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블로그 2년

샌. 2005. 9. 12. 18:13

오늘로 블로그를 시작한지 2년이 되었다.

블로그란 ‘웹(Web)에 쓰는 개인 일기’라는 정의를 본 적이 있는데, 그런 의미라면 나는 블로그의 충실한 고객인 셈이다. 전부터 일기를 써오던 습관 그대로가 일기장에서 블로그로 바뀐 채 계속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로그는 고립적인 기록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한 네트워크 역할이 더 큰 것 같다. 거기에는 정보의 공유, 상호 대화 같은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중요시되는데 그런 의미라면 나는 아직 자격 미달이다. 글쓰기 외에 다른 기능을 활용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블로그에 들어가서 글을 읽어보고 코멘트를 남기고 할 여유가 아직은 없다.

컴퓨터를 켜고 블로그에 연결하는 것이 일상이 되긴 했지만 사실 내 글만 써 넣는데도 동작이 느려서 그런지 한두 시간은 족히 걸린다.

오프라인에서와 마찬가지로 친구를 사귀는데 서투른 것이 여기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나 앞으로는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끼리 의견 교환을 해보고 싶다.


2년간 블로그를 사용하면서 얻은 소득은 사물을 보는 눈이 세밀해지고, 또 생각이 깊어지고 진지해졌다는 것이다. 그냥 스치고 지나갈 것도 한 번 더 되돌아보게 되고,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도 된다. 부차적으로 글 쓰는 두려움도 많이 사라졌다.

그것이 단순하게 일기를 쓸 때와 다른 점이다.

블로그의 내용은 공개되기 때문에 상대방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비록 상대방이 불면식의 타자이고 글이 내 개인적 기록에 불과하지만 글의 표현이나 내용에서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글도 다듬게 되고, 보통의 일기보다는 훨씬 더 정성이 들어간다. 그래서 그만큼 얻는 것도 많다.


다른 활동도 그렇지만 블로그를 통해 글을 쓰는 것이 결국은 나를 확인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누군지, 어디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살아가려는 사람인지가 여기에 글을 써보면서 더욱 확연히 드러나게 되기 때문이다.

또는 어떤 경향이 자연스레 강화되기도 한다. 사진을 찍는 것도 이렇게 블로그에 올리는 일이 없었다면 지금 보다 소홀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블로그는 내 자신의 작은 일부분일 뿐이다. 차라리 기록되지 못하는 일상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생활의 거의 모두인 가정과 직장 이야기는 여기에 사실 그대로 밝히기가 꺼려진다. 다른 사람이 등장하는 발가벗은 이야기를 하기에는 아직 두렵다. 그것이 블로그라는 일기의 한계다.


앞으로 블로그가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질적으로 계속 진화해 나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전 지구인이 하나로 연결되고, 인터넷상에서 개인이 필요로 하는 모든 아이템을 소화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

미래의 세계에서 인류는 그 형식이 어떠하든 하나로 연결될 것이다. 그 매개체 역할을 아마도 더 발전된 블로그가 이어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2년 전에 우연히 블로그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이 지금 돌아보면 무척 고맙고도 감사한 일이다. 이것이 현실 세계에 우둔한 한 사람에게는 세상과의 또 다른 통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비록 메아리 없는 독백일지라도 적어도 나 자신에게 만큼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이것은 너 제대로 살아가라고 나를 격려하고 지켜보는 또 하나의 눈이라고 생각하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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