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8월 장마

샌. 2005. 8. 20. 12:56

올 여름은 8월인데도 유난히 비가잦다. 장마였던 7월과 별로 구별이 되지 않아 이젠 7, 8월을 장마기간으로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예전의 8월은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뜨거운 여름날이 주로 계속되었는데 몇 년 전부터인가는 그런 특징이 사라져 버렸다. 지난 주에는 거의 한 주일 내내 흐리고 비만 내렸다. 겨울의 3한4온 현상이 흐릿해져 버린 것과 비숫한 경향이 아닌가 싶다.

통계적으로는 어떤지 모르지만 감각적으로 느끼는 기후는 확실히 옛날과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비가 내리는 모습도 세상을 닮아선지 영 종잡을 수가 없다. 그걸 게릴라성 집중호우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하늘마저화가 잔뜩 나있는지 여기저기 물벼락을 쏟아붓기 일쑤다. 가끔씩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요사이는 비가 내렸다 하면 늘 그렇다.

며칠 전에는 남해에 새로운 산호초 군락이 나타났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만큼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우리가 살면서 체감적으로 느끼는 기후는 지금 어떤 변동기에 들어가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기후나 자연 변화가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것 같지만 실제는평형 상태를 유지하다가 때가 되면 불연속적인 격변을 겪는다. 그것이 새로운 질서를 찾아가는 진통일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런 변화를 낙관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날씨에 민감한 나로서는 걱정이 많이 된다.그 원인이 인간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지구 전체의 생태계를 위협할 정도로 인간의 키는 너무나 커져 버렸다. 그러나 그것을 통제할 시스템은 없다.

자연은 결코 말 못하는 존재는 아니다. 지구는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지금 인간들, 특히 문명국이 살아가는 방식은 지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인 것만은 분명하다. 지구가 몸살을 앓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올해의 유난스러운 집중호우가 지구의 화 난 목소리로 들린다.

앞으로 자연과의 공존의 길로 방향 전환을하지 않는다면 자연은 더욱 노한 목소리로 우리 문명을 위협할 것이다.

극단적인 경우 영화 '투머로우' 처럼 인류의 종말로 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인류 스스로가 만든 재앙의 덫이 어느 순간에 머리 위를 덮칠지 모른다.

통계 수치가 아니라 이미 몸으로 기후의 이상변화를 느낄 정도까지 왔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결코 낭만적이지 못한 올 여름의 비를 바라보는 마음이 불안하기만 하다. 그리고 제발 이런 생각이 한 걱정 많은 사람의 노파심이길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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