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도로 위의 청개구리

샌. 2005. 8. 1. 17:04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청개구리 한 마리가 앞 유리창에 나타나서 깜짝 놀랐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차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네 다리를 유리에 바짝 붙이고 납작 엎드려 있는 모양이 너무 애처로웠다.

순간 이놈을 어떻게 살려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속도를 늦춰서 빨리 갓길로 가야 되는데 고속도로상에서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을수도 없고 어떡 할까 망설이는 동안에 개구리는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날아가 버렸다.

아마 도로에 떨어져 뒤에 오는 차들 바퀴에 깔려버렸을 상상을 하니 마음이 무척 아팠다. 빨리 결단을 못내리고 우물쭈물하다가 한 생명을 애꿎게 죽여버린 것 같아 아직껏 자책이 된다.

그런데 이 청개구리가 어떻게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나타난 것일까?

추측컨대 터에서 시원한 그늘을 찾느라 차 밑으로 들어왔던 것 같다. 차가 출발할 때 내리지 못하고 그대로 고속도로 위에 까지 붙어왔던 것이 아닐까. 그러다가 너무 센 바람에 놀라서 밖으로 기어나온 것이 앞유리창이 아니었던가 싶다.

살려달라고 앞쪽으로 나와서 나를 바라보며 애원했던 것 같은데 판단이 늦어서 그 작은 생명 하나 제때에 구해주지 못했다.

그뒤로 운전하는 내내 마음이 언짢았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고속도로 위에는 잠자리들이 참 많이 죽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와 충돌한 탓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다른 생명의 희생의 바탕 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이 곧 살생의 과정이 아닌가 싶다.

'생명은 생명으로 산다'는 말이 있듯이 한 생명의 유지는 다른 생명의 희생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사실 수도 없이 많은 생명들의 죽음으로 지금의 내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우주의 원리이다.

그러나 이론이 그렇지 어디 본인이 기꺼이 다른 생명을 위해서 희생할 수가 있겠는가.

저 유리창에 매달려 있던 청개구리마냥 나 또한 본능적인 생명에 대한 집착으로몸부림치고 있음을 안다. 목숨에 대한 집착뿐이랴, 나에게는 다른 집착 또한 목숨 이상으로 만만치가 않다.

그러나 나를 조종하는알 수 없는 분의 발동작 한 번으로 그 모든 것은 연기처럼 사라질 것이다. 꼭 내 신세가 오늘 유리창에 매달려있던 청개구리와 같은 것인 듯 싶다.

그러니 누가 누구를 위로하고 할 처지가 아닌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나마 오늘 한 생명을 외면한 책임을 위로받고 싶은지도 모른다.

또그 청개구리가 바닥에 떨어진 뒤 마술사처럼 자동차 바퀴 사이를 폴짝폴짝 뛰어서 도로 옆 풀밭으로 도망갔기를 기대해 보고도 싶다.

뭐라고 해도 살아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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