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러브호텔 / 문정희

샌. 2005. 8. 23. 12:16

내 몸 안에 러브호텔이 있다

나는 그 호텔에 자주 드나든다

상대를 묻지 말기 바란다

수시로 바뀔 수도 있으니까

내 몸 안에 교회가 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교회에 들어가 기도한다

가끔 울 때도 있다

내 몸 안에 시인이 있다

늘 시를 쓴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건

아주 드물다

오늘, 강연에서 한 유명 교수가 말했다

최근 이 나라에 가장 많은 것 세 가지가

러브호텔과 교회와 시인이라고

나는 온 몸이 후들거렸다

러브호텔과 교회와 시인이 가장 많은 곳은

바로 내 몸 안이었으니까

러브호텔에는 진정한 사랑이 있을까

교회와 시인 속에 진정한 꿈과 노래가 있을까

그러고 보니 내 몸 안에 러브호텔이 있는 것은

교회가 많고, 시인이 많은 것은

참 쓸쓸한 일이다

오지 않는 사랑을 갈구하며

나는 오늘도 러브호텔로 들어간다

 

- 러브호텔 / 문정희

 

이 나라에 가장 많은 것 세 가지가 러브호텔과 교회와 시인이란다. 그런데 내 몸 안에도 마찬가지로 러브호텔이 들어있고, 교회와 시인도 살고 있다. 그게 참 쓸쓸한 일이다.

 

왜 쓸쓸한 지는 내 몸 안에 들어있는 러브호텔과 교회에 들어가 보고, 시인의 노래를 들어보면 안다. 러브호텔에는 가짜 사랑의 냄새가 진동하고, 교회도 시인도 삶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러브호텔이 그러하듯 내 속에 있는 교회 역시 사랑에 대한 가면의 성(城)일 뿐이다. 그것은 참 쓸쓸한 일이다.

 

나는,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루에도 몇 번씩 러브호텔을 들락거리며 오늘도 나는 오지 않을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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