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팔복 / 윤동주

샌. 2005. 5. 26. 10:46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요

 

- 팔복 / 윤동주

 

이런 시를 쓰는 시인의 슬픔의 무게는 얼마쯤 되었을까?

끝날 것 같지 않은 사무치는 슬픔에 잠겨있었을 시인의 여리고 순수한 심성이 안타까워서내 마음도 막막해진다.

예수님은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위로를 받을 것이요"라고 했지만, 슬픔은 뒤에 올 위로로 인하여 복된 것이 아니라, 슬픔 그 자체가 복되다고 시인은 말하는 것 같다.

 

시류에 편승하고 자신의 안일만을 추구하는 기쁨과 행복이라면 그것은 저주받은 기쁨이며 행복일 것이다. 이 시가 쓰였던 암담한 일제 시대의 현실을 돌아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눈물과 슬픔은 하늘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다. 이것은 값싼 위로의 말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요'라고 담담히 말하는 시인의 말을 헤아리기에는 나는 세상에 너무 많이 오염되어 있다.

사는 것이 그런 것이라며 진흙탕 속에서 뒹굴고 있는 내 모습이 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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