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산길 걷기

샌. 2005. 3. 14. 15:05

산에 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래서 나는 조용한 산길을 걷는 것이 가장 좋다.

 

 

번잡하고 소란스럽던 마음이 산에 드는 순간 고요히 가라앉는다. 이리저리 방황하며 상처받고 토라진 마음도 산에 들면 어느 순간 넉넉하고 너그러워진다.

 

서울의 산은 휴일이면 등산객들로 만원이다. 아무리 명산이라지만 사람들이 너무 몰리면 시장통과 다르지 않다. 솔바람소리, 새소리, 작은 짐승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산이 주는 선물을 받을 수는 없다.

 

이쪽으로 이사를 오니 집 부근에 걸어서 갈 수 있는 작은 산이 하나 있다. 몇 번의 답사 끝에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조용한 오솔길을 하나 발견했다.

 

어느 산이든 주등산로를 벗어나 샛길로 들면 이런 비밀스런 오솔길이 있기 마련이다. 거기는 정상으로 오르는 길도 아니고 사람의 마을로 통하는 길도 아니지만 고독을 좋아하는 사람의 산책로로는 어울리는 길이다. 능선 아래로 약간의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이 작은 길은 어딘가로 계속 이어져 있다. 어떤 곳은 작은 짐승길인 듯 길의 흔적이 희미해지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산에 가면 반드시 정상에 올라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정상의 호쾌함보다는 그 아래에서의 이런 은밀한 즐거움이 좋다. 이런 길은 혼자서 걸어야 제격이다. 아니면 마음에 맞는 친구 하나쯤 같이 동행해도 좋을 것 같다. 대신에 말은 가급적 나누지 않는게 좋다. 특히 세상 돌아가는 얘기는 금물이다.

 

수많은 관계에 얽혀서 내면의 소리를 들을 시간이 없는 현대인에게 자연 속에서 홀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더없이 귀하다.

길에서는 아무 생각없이 그저 단순한 동작으로 걸을 뿐이다. 산의 기(氣)는 사람의 마음을 맑게해 준다.몸이 적당한 피로감으로노곤해질 때 정신은 야릇한 희열에 젖는다. 때로는 바위 위에 앉아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도 좋다.

 

육체적 건강 효과만이 아니라 산에는 분명 정신적 치유 능력이 있다고 믿고 싶다. 거기에는 아직 과학적으로 해명되지 못한 무언가의 비밀이 있을 것이다. 잠깐 올라선 능선에서 서울 시내가 내려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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