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망치질하는 사람

샌. 2005. 3. 9. 17:36

 

이 사람은 키가 22m, 몸무게는50t이 되는 거인이다. 한 손에는 망치를 들고 하루 종일 내리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이 작품은 조나단 보로프스키(Jonathan Borofsky)의 설치 조형물인 '망치질하는 사람'(Hammering Man)이다.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서대문 쪽으로가다 보면 곧 만나게 된다. 작품이 워낙 커서 아무리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잠시 멈춰서 바라보게 된다.

 

이 작품은 단순한 모양과 규칙적인 동작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처음 이 사람을 보았을 때는 과연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좀 헷갈렸다. 육체 노동의 소중함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려는 것 같은데, 다르게 생각하니 쓸쓸한 노동의 종말을 대변해 주는 것 같기도 했다.

 

그것은 수많은 화이트칼라들이 다니는 도심의 한복판에 높은 빌딩 사이에 갇혀서 단순 무료한 행동을 반복하는 저 사람이 처량해 보인 탓인 것도 같다. 후에 작가의 의도가 노동에 대한 찬미였다는 걸 확인하기는 했다.

 

작가는 "인간 정신은 가슴과 손 사이의 공간에 존재한다. '손' 위에 군림하고 손을 지배하는 것이 일상화된 '머리'들 만의 세상에 던지는 도전장이다."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만나는 이 작품은 도리어 초라하고 찌그러지는 노동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 같아 씁쓰레하다. 이건 나만의 삐딱한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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