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고향집

샌. 2005. 4. 6. 11:13

고향집에 자주 들러야 하건만 그것조차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은 늘 무언가에 빚 진 것처럼 무겁기만 하다. 자식 노릇도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다른 데에 아무리 신경 쓴들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이번에 내려가니 어머니께서 말씀하신다. “사는 게 지옥 같다.” 그 말을 들으니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내가 할 일을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과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악화된 상황이 몇 년째 나를 괴롭히고 있다. 이미 지나간 일, 후회한들 아무 소용이 없지만 어떨 때는 야속하기도 하다. 어머니의 심정은 오죽할까 싶다. 밖과 일에만 매달리는 어머니가 충분히 이해된다.

 



한식을 맞아 허물어진 산소를 손보다. 밭에다 만든 산소라서 땅이 단단하지 못해 비만 오면 비탈이 무너진다. 석축을 쌓아야 완전해 지겠지만, 우선 생나무로 버팀목을 세우고 흙을 채운 포대를 쌓아서 보강하다. 동생네와 힘을 합치니 일이 예상보다 일찍 끝나다. 요사이 아이들 같지 않게 조카들이 무척 착하다. 고등학생들인데 둘 다 산소 일을 열심히 도와준다. 특히 첫째는 어른 몫 이상이다.


동생이 강원도 씨감자와 옥수수 씨앗을 가지고 왔다. 그래서 올해는 감자를 두 줄 정도 놓아볼 예정이다. 고구마도 그 정도로 심고, 나머지는 옥수수를 심어야겠다. 씨감자의 눈에서는 벌써 하얀 싹이 돋아나고 있다. 내주쯤에는 밭에다 골을 내고 심어야 할 것 같다. 땅과 식물은 단순하고 진실 되다. 사실 사람만큼 복잡한 존재도 없다. 말 못하는 그들에게서 사람이 배울 바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밤에 서울에 돌아오니 양양의 산불 소식이 놀랍다. 낙산사가 전소되고,집들과 수많은 나무들이 불탔다고 한다. 화면으로 보이는 붉은 불길이 무섭다. 한 사람의 부주의가 이런 재난을 불러온 것이다. 무얼 하려고 설쳐대는 것보다는 차라리 아무 짓도 안하고 그냥 숨어있고 싶다.


어머니, 다시 찾아온 농사철에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건강히 잘 지내세요. 자식 노릇 제대로 못해 죄송하고요, 앞으로는 자주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어머님도 마음 편하게 먹으시고, 행복을 찾으시는 생활 되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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