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학교 폐쇄? 다 받아주어라!

샌. 2004. 11. 10. 13:22

세상이 어수선하다.

세상을 진단하는 사람들의 소리에는 날이 서있다.

모두들 나라를 걱정하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일텐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고 서로를 불신하며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오늘 아침 신문에 가톨릭계 원로라 할 수 있는 J 신부의 강연 내용이 실렸다.

노 정권의 정책 방향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는데 그 중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종교는 순교(殉敎)의 정신이 있기 때문에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해서 끝까지 반항할 것이다."

"이 법의 개정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 국회의원은 하느님 앞에서 신자 자격이 없다."

정권을 비판하거나 특정 법의 개정에 대해서 찬성, 반대의 의견을 표시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렇다고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신자 자격 운운까지 하며 매도해도 되는지는 의문이다.

아마도 그분은 자신의 척도가 절대적인 양 착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분은 존경받는 원로 신부님이어서 더욱 씁쓸하기만 하다.

그리고 사립학교법 개정과 순교 정신과는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비롯한 4대 입법에 대해서 찬성을 한다.

그렇다고 여당의 밀어붙이기 식의 일방적 태도도 마땅찮다. 그러나 여당의 개혁안이라면 무조건 사시(斜視)로 바라보며 반대하는 보수층의 태도가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이 밉다고 국가 발전의 대계마저 멈출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법은 개방형 이사를 두는 문제가 상호 쟁점인 것 같다. 이사회의 3분의 1을 외부 인사로 구성하자는 것인데 이것도 사실 전교조 안보다는 많이 후퇴한 것이다. 이것은 학교 운영이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고 본다.

여기에 대해 상대 쪽에서는 사립학교의 건학 이념이 훼손되고 사유 재산이 보호되지 못한다며 극렬 반대하고 있다. 학교를 폐쇄하겠다고 으름장도 놓고 있다.

앞으로 두 입장이 어떻게 절충이 되고 결말이 날지 흥미진진하다.

학교 폐쇄를 내세우며 버티니 다른 쪽 입장도 더욱 강경해진다.

'오마이뉴스'에서본 칼럼이다.

 

학교 폐쇄? 다 받아 주어라!

정치적 막말을 토해놓는 그들이 과연 교육자인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 공립학교 교장이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장사가 사립학교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사실 이 두 가지 속설이야말로 우리 교육에 있어 가장 시급히 개혁해야할 두 가지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두 가지 개혁 과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안으로 교장 보직선출제와 사립학교법 개정이 제시된 것은 오래 전부터이다. 교장 보직선출제도 학교 현장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위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지만, 일부 사립학교의 비리와 전횡으로 학생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은 더욱 시급한 실정이다.

그동안 재단 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향유해 왔던 사립재단들이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고 나설 것은 충분히 예상되었던 일이지만, 명색이 교육자라는 사람들이 '학교 폐쇄'라는 극단적 주장을 토해낼 줄은 생각지도 못하였다.

명색이 교육자라는 사람들이 '학교 폐쇄?'

그들은 이번 사학법 개정을 "극소수의 비리를 빙자해 대다수 건전한 사학까지 싸잡아 죽이는 사학법 개악시도"라고 이야기한다. 대다수 사람들이 초중고와 대학을 거치면서 사학을 한번쯤은 거쳐봤을 것이다. 혹시 보통 사람들은 그들의 말과는 달리 '극소수의 건전한 사학과 대다수 비리 사학'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까? '일부 극소수의 사학 비리'란 말 너무 낯간지럽지 않은가?

일부 인사들이 사학법 개정 반대 집회에서 '좌파 정책' '학교 사회주의 정책' '공산당 정치'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고 한다. 할 말 없고,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쳐야 할 때 나오는 것이 색깔론이고 이념 공세다. 이념 공세가 이젠 아주 버릇이 됐다. 진정으로 학교를 정치판으로 만드는 사람들은 전교조가 아니라 이들이다.

'학교 폐쇄'라고 했나? 정부와 여당은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발하여 사학 재단에서 학교를 내놓겠다면 받아주어야 한다. 그 정도의 공익성과 투명성도 용납하지 못할 사학 재단이라면 교육사업을 포기시키는 것이 옳다. 이번 사학법 개정은 겨우 이사회의 3분의 1을 개방형 이사로 채워 넣은 등 최소한의 투명성과 공익성을 가미하자는 것이다. 그것도 원안에서 많이 후퇴된 개정안이다.

사학재단의 말도 안 되는 어거지에 굴복한다면 정부나 여당이 앞으로 할 수 있는 개혁은 아무 것도 없다. 법에 정한대로 사립 학교들 재산을 엄격하게 심사하여 보상해주고 학교들을 공립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물론 그 전에 지금까지의 재단 운영 내역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감사하여 그 동안의 경영실태를 낱낱이 밝혀 책임을 물을 것은 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사학들은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면 그들의 건학 이념을 구현하지 못하게 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나는 그들이 말하는 건학 이념이라는 것이 도무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강의석군의 경우에서 보여주듯 특정종교 강요가 건학 이념인가? 아니면 '학교 폐쇄'를 불사할 만큼 '내 학교 내 맘대로 하자'가 건학 이념인가?

내가 다녔던 사립중학교는 재단이사장이 국회의원에 출마할 때마다 학교가 선거 때문에 별별 일을 다했었다. 재단이사장 둘째 부인이 교장이었고, 학생들은 실력이 있어서 정상적으로 들어온 교사와 돈주고 '뒤로 들어온' 교사를 훤히 꿰고 있었다. 한번은 가짜 교사가 들통나 쫓겨나는 일도 있었다. 30년 가까이 지난 일이다. 그럼 지금은 다른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 없는 사학의 모습들

요즘도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오는 것이 사학 비리 얘기다. 몇 년 전 인기드라마 '아줌마'에서 '장진구'는 아버지 집 팔아 돈주고 사립대학에 교수로 들어간다. 그런데 시청자들은 아무도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사립학교에 임시 교사로 있던 내가 아는 사람이 곧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재단에서 정식 교사를 조건으로 거액을 요구한다고 고민을 털어놓는 것은 보면 예나 지금이나 별로 바뀐 것 같지 않다. 사립학교도 이제 오명을 벗어 던져야 한다. 지금 기득권과 독점 권력 상실 걱정에 그들이 토해놓은 지극히 비교육적인 언어들을 되돌아 봐야 한다.

'학교 폐쇄'?

그들이 진정으로 그것을 원한다면 정부는 마땅히 받아주어야 한다. 교육 현장마저도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는, 즉 학교를 운영할 자격이 없는 자들은 스스로 학교를 포기토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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