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부러운 건 형제간에 우애 있는 집이다. 그런 집을 보면 질투가 날 정도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집을 보면 동병상련을 느낀다. 명절이나 잔치 등 가족과 친척들이 모이는 날이 싫다. 다른 사람 대하기에 부끄럽고 면목이 없다. 집안의 내력인지 선대 때도 그랬다. 같은 마을에 살면서도 형제간에 왕래가 없었다. 만나면 친척 사이에 싸우고 큰소리치는 걸 자주 보며 컸다. 친가나 외가 쪽이 다 마찬가지였다. 그러지 말아야지, 했는데 지금 나도 마찬가지다. 주위를 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형제 사이가 남만도 못하다. 이런 집들은 내 탓이오, 보다는 주로 남 탓을 한다는 게 공통점이다. 인간의 자기중심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데가 어쩌면 혈연관계인지 모른다. 가까운 만큼 관계가 틀어지면 미움도 배가되고 원상태로 되돌리기도 어렵다. 그러나 누구를 원망하랴, 장남인 내 책임이 제일 크다는 걸 안다. 콩 심으면 콩 나오고 팥 심으면 팥 나오는 게 세상 이치이기도 하다. 마음 한편이 체증에 걸린 듯 무겁고 답답하다. 명절이 지나도 후유증이 며칠을 간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큰 불효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