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빨리 지나갔으면

샌. 2011. 8. 31. 09:17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결혼식 준비가 너무 피곤하다. 결혼 당사자들도 지치는 건 마찬가지다.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 절차에서 오는 정신적, 물질적 낭비가 많다. 초대한 손님 중에 진정으로 축하하기 위해 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결혼식을 집안 자랑 마당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것들 때문에 신랑 신부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혼인이 깨지기도 한다. 결혼식, 막상 당해보니 문제가 많다. 박정희 정권 때 이런 폐습을 없애고자 가정의례준칙이 발표되었다. 그때는 청첩장이나 피로연도 금지시킨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오래된 관습을 바꾸지는 못했다. 이상한 결혼문화의 중심에 축의금이 있다. 결혼식장에서 돈 봉투를 주고받는 행위는 부끄러운 일이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불편하다. 마땅치 않은 짓이란 걸 알면서도 관행이라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관례를 깨뜨리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 자리를 함께 하며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사람만 모이는 따뜻한 결혼식이 될 수는 없을까.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결혼식이 온 동네의 잔치였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그 의미가 다르다. 가족중심의 오붓한 행사로 바뀌는 게 옳다. 간소하게 치른다면 부조금을 받을 필요도 없다. 경사스런 날을 앞두고 마음이 편치 않다.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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