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그림자

샌. 2003. 12. 6. 10:52

 

어제 밤, 퇴근하는 길
가로등 불빛을 받은 나무 그림자가 벽에서 흔들거리고 있었다.

물체의 그림자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길 위에 또는 벽에 드리운 그림자들,
특히 앙상한 나무 가지가 만드는 그림자 무늬에는 자주 발길을 멈추게 된다.

플라톤은 동굴 비유로 그림자 현실과 이데아와의 관계를 설명했다.
우리네 삶이란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는 더 높은 차원의 그림자일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해본다.

그림자가 주는 이미지는 특별하다.
그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로 무언가를 말하는 듯 하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말이다.

罔兩이 景에게 물었다.
"당신이 조금 전에는 걸어가더니 지금은 멈추었고, 조금 전에는 앉았더니 지금은 일어섰으니, 왜 그렇게 줏대가 없소?"
景이 대답했다.
"내가 딴 것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소? 내가 의존하는 그것 또한 딴 것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오? 나는 뱀의 비늘이나 매미의 날개에 의존하는 것 아니겠소? 왜 그런지를 내 어찌 알 수 있겠소? 왜 안 그런지 내 어찌 알 수 있겠소?"

※ 罔兩: 반 그림자
※ 景: 본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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