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세월의 강물이야 어떻게 흐르든

샌. 2011. 8. 8. 09:32

세월이 너무 빠르다. 퇴직 전에는 하루 보내기가 지겨웠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서 빨리 저녁이 왔으면 싶었다. 그만큼 낮 시간은 느리게 흘렀다. 하루는 느릿느릿한데 일 년은 금방 지나간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하루도 순식간이다. 아침을 먹으면 점심이고, 점심을 먹으면 어느새 저녁이고 밤이다. 일 없으면 지루하지 않느냐고 사람들이 자주 묻는데 나는 반문한다. 지루해져나 봤으면 좋겠다고. 구멍 뚫린 풍선에서 바람 빠져 나가듯 시간이 도망가니 여생의 무게가 깃털보다도 가볍게 느껴진다. 힘이 빠지니 스쳐가는 시간 쫓아가기도 벅차구나. 여윈 마음에 숨결만 가쁘게 허덕거린다. 그러나 샌, 빠른 세월에 쫓겨 너마저 조급할 필요는 없는 거지. 발동이 걸린 세월이야 가고 싶은 대로 가라고 해. 너는 흐르는 강물에 낚싯대를 걸쳐놓고 강가에서 유유히 놀면 되는 거야. 세월의 강물이야 어떻게 흐르든 무슨 상관이람. 그렇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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