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말씀하시다. "지도적 인물은 묵직하지 않으면 위엄도 없고, 학문도 부실하다. 충실과 신의를 으뜸 삼고, 나만 못한 이와는 벗하지 말라. 허물은 선뜻 고쳐야 하느니라."
子曰 君子不重 則不威 學則不固 主忠信 無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
- 學而 5
유교적 덕목이 나열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부분은 '나만 못한 이와는 벗하지 말라[無友不如己者].'다. 우선 논리적으로 모순된다. A가 B보다 낫다면, B는 A와 벗하려 할 테고 반면에 A는 B와 벗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친구 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 호학(好學)을 강조하는 마음은 헤아려지지만 너무 계산적인 인간관계다.
사실 나보다 못한 사람과 사귄다면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도리어 퇴보할 수도 있다. 바둑을 둬보면 안다. 상수와 계속 두다 보면 상수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하수와 계속 두면 실력은 현상 유지하기도 어렵다. 학문이나 배움의 세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나보다 잘났다, 못났다는 기준은 모호하다. 어떤 사람이라도 나보다 잘난 점 한두 가지는 있다. 학문은 부족해도 다른 면에서는 나보다 나은 점이 있는 법이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나의 스승이 된다. 셋이 가면 그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공자님 말씀과도 일치하는 견해다.
'나만 못한 이와는 벗하지 말라.'는 구절만 떼어놓고 보면 공자가 말하는 인(仁)의 정신과도 배치된다. 보편적 인간 사회의 윤리가 될 수 없다.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이 상부상조하며 어울려 살아가는 게 인간 세상이다. 자신의 향상을 바란다면 '가능하면' 나보다 나은 사람과 사귀라는 공자의 권면으로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