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가 말하였다. "효제의 도를 아는 사람은 윗사람에게는 함부로 굴지 않을 거야! 윗사람에게 함부로 굴지 않는 사람이 난리를 꾸민 예는 절대로 없다. 참된 인물은 근본 문제를 다루거든. 근본이 서야 길이 트이기 때문이다. 효제의 도가 바로 사람 구실 하는 길의 근본인 거야!"
有子曰 其爲人也孝弟 而好犯上者鮮矣 不好犯上 而好作亂者 未之有也 君子務本 本立而道生 孝悌也者 其爲仁之本與
- 學而 2
사람 구실의 기본은 효제(孝悌)에 있음을 말한다. 효(孝)는 부모를 섬기는 것이고, 제(悌)는 형이나 연장자를 섬기는 것이다. 인(仁)의 실천은 가까운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유자가 효제를 강조하면서 걱정한 것이 '윗사람에게 함부로 구는 것'[犯上]과 '난리를 꾸미는 것'[作亂]이다. 이건 당시의 혼란한 사회상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때는 신하가 군주를 죽이고 나라를 뒤엎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났다. 사회는 불안했고 가정도 흔들렸다. 나라의 안정이 효제의 윤리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다산도 공자의 도를 아예 효제라고 한다. 공자의 도는 천하의 사람 하나하나가 모두 효성스럽고 공손하도록 하는 것이다. 효제로 덕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 인(仁)이다. 사람마다 친한 이를 친하게 대하고, 어른을 어른답게 대하면 천하가 저절로 다스려진다고 본다.
그러나 윗사람에게 공손하고 나라에 충성하라는 건 체제 유지의 이데올로기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그런 의미로 효(孝)와 충(忠)이 강조되었다. 질서 유지의 한 방편으로 공자 사상을 이용해 먹은 것이다. 공자가 당시의 지배자들과는 늘 불화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효제의 윤리는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 인류애로 나아가야 한다. 수신제가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다. 좁은 가정에 갇혀 있어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이제는 가족이라는 개념도 변하고 있다. 새로운 효제의 윤리는 인간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