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말씀하시다. "말을 꾸며대며 얌전한 체하는 짓은 사람다운 사람은 하지 않을 거야."
子曰 巧言令色 鮮矣仁
- 學而 3
중학생 때 쯤이었을까, 앞으로는 '자기 PR 시대'가 될 테니 겸손이 미덕만은 아니라는 말을 듣고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는 알아도 표시를 안 내고, 자신을 낮추는 게 당연시되던 분위기였다. 세상에 어떻게 적응해 나갈까 고민이 되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이젠 자기 PR 정도가 아니라 자기 과시와 꾸미기를 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마침 교언영색(巧言令色)을 제일 감상하기 좋은 시즌이 되었다. 표를 얻기 위해서 정치인들이 하는 말과 자세를 보면 딱 교언영색의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이미지 정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포장과 겉모습이 진실보다 더 중요하게 되었다.
말을 꾸미고 거짓 행동을 하는 것은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권력이나 돈, 또는 환심을 얻기 위해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고 가식적 태도를 취한다. 목적을 이루고 나면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린다. 사람은 수단이 될 뿐이다. 속지 않기 위해서는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 불인(不仁)하다는 건 사람 사이에 믿음이 깨어진 걸 말한다.
정치만이 아니다. 모든 분야에서 교언영색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꾸밈없는 소박한 데서부터 우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분별한 눈은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부평초처럼 그저 세상의 물결에 휩쓸려 가는 건 너무 두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