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이 자공에게 물었다. "우리 선생님은 어느 나라를 가시든지 기어코 정치에 참여하시니, 그처럼 바라시기 때문인가? 그렇잖으면 그들이 부탁하기 때문인가?" 자공이 대답했다. "우리 선생님은 부드럽고 착하고 공손하고 검박하시므로 사양하시되 절로 그렇게 되는 거야! 우리 선생님의 방법은 남들이 하는 것과는 아주 다르단 말이야!"
子禽問於子貢曰 夫子至於是邦也 必聞其政 求之與 抑與之與 子貢曰 夫子溫良恭儉讓以得之 夫子之求之也 其諸異乎 人之求之與
- 學而 6
공자학당 안에서도 공자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제자도 있었던 것 같다. 자금이 자공에게 한 질문에서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공자를 변호하는 자공의 답변은 선생님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온화[溫], 선량[良], 공손[恭], 검소[儉], 사양[讓]의 덕을 가진 분으로 그려진다.
공자가 주유천하를 하며 제후들을 찾아다닌 게 권력이 탐나서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이다. 공자는 욕심이나 사심이 없다.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할 군주를 만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 점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자공의 대답이다. 실제 공자의 행적을 보면 자공의 말에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정치 참여보다는 교육에 힘써주길 바라는 제자도 있었을 것이다.
자공의 말 중 '사양하시되 절로 그렇게 된다[讓以得之]'라는 것은 노자 선생님의 단골 표현이다. 노자는 '함이 없지만 못 이루는 게 없다[無爲而無不爲]는 식으로 말했다. 현실 참여파와 은둔파 사이에도 공통점이 발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