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145년의 지구는 전쟁과 환경 오염, 인구 과다로 거대한 쓰레기장 같은 빈민촌으로 변했다.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은 지구를 도는 궤도에 자신들의 파라다이스를 건설하고 첨단 과학의 혜택을 누리며 살아간다. 그중의 하나에 무슨 병이든지 몇 초 만에 고치는 의료기가 집집마다 한 대씩 있다. 심지어는 총상을 입은 얼굴도 말끔하게 치유된다. 테크놀로지에 의해 무병장수가 기술적으로 실현되었다. 그런 상위 1%의 거주지가 엘리시움(Elysium)이다.
미래의 지구 모습이 궁금해 이 영화를 보았다. 굉장히 가능성 있는 예견이다. 지금도 1:99의 사회라고 하지만 130년 뒤의 세계는 양극화가 우주적으로 확대되었다. 엘리시움이 지금의 선진국이라면, 지구는 제 3 세계의 비유가 될 법하다. 밀입국하다가 죽고 추방되는 사건이 벌어지는 모습도 비슷하다.
엘리시움은 바퀴 모양을 하고 있다. 바퀴가 회전하면서 인공 중력을 만든다. 화면에서 보이는 모습으로 보건대, 엘리시움은 지상 1,000km 정도에 위치하면서 지름이 100km쯤 되지 않을까 유추한다. 이건 순전히 내 추측이다. 인간은 폭이 수 km 되는 바퀴 안쪽 면에 거주한다. 지구와 같은 중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회전시켜야 하는데, 고등학교 물리에 나오는 간단한 공식 몇 개를 써서 계산해 보면 대략 20분에 한 바퀴씩 회전시키면 된다. 미래에는 이런 인류의 거주지가 충분히 가능하다.
엘리시움은 고도로 통제되는 사회다. 인공 구조물의 폐쇄계에서는 어쩔 수 없이 시스템에 의한 관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화에서 엘리시움에서 사는 사람들의 일상이 나오지 않는 건 유감이다. 질병이나 고통이 없는 세상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들이 과연 얼마나 행복할지는 의문이다. 결국은 엉뚱한 데서 시스템이 무너지고 만다.
얼마 전에 본 '설국열차'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도 지구 환경 파괴와 계급 갈등으로 인한 어두운 미래를 그리고 있다. 핵과 환경 문제, 계급이나 빈부, 민족, 종교 갈등이 인류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탐욕과 폭력성을 줄이고 공존과 공생의 지혜를 찾아야 할 때가 지금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암담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